정유업계는 하반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정유사 BIG4(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역대급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우울하다. 올해 1분기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유가가 하락해 상반기보다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SK에너지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2819억원)보다 약 323% 늘어난 1조1897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도 영업이익 1조3319억원을 달성하며 1년 전보다 112%가량 늘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71%씩 증가해 각각 1조811억원과 7045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업계는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내놓게 된 것은 높은 정제마진과 래깅효과 때문이다.

정유사의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은 지난 1월 셋째 주 배럴당 5.5달러에서 이달 넷째 주 배럴당 18.9달러로 뛰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차감한 수치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정유사의 정제마진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재고평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래깅효과도 호실적에 보탬이 됐다. 래깅효과는 현지 원유 구입과 국내 판매 시점 차이로 발생하는 시차효과다. 산유국 현지에서 원유 구매 후 국내로 운송·가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 국제 유가가 변동하면 손익이 발생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정제마진과 래깅효과 때문"이라며 "앞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수익은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고유가 기조가 7, 8월을 기점으로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국제 원유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원유 수요가 크게 늘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유 공급이 제한되며 가격이 올랐다. 현재는 원유의 수요와 가격 모두 높은 상황이지만 하반기에는 산유국 증산 및 공급망 정상화 등으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고공행진 중인 유가를 낮추기 위해 원유 생산업체들에 지속적으로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일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성명을 통해 전략 비축유 매입 계획을 밝혔다. 미국 내 정유업체들이 원유생산 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에 따른 원유 증산 가능성도 높아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을 추진 중인데,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남을 가진 것이 알려져 관계 개선에 긍정적 신호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유국들의 순차적인 등장으로 시간이 지나면 공급 부족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매년 하계기간(5~8월) 사우디의 냉방용 원유 수요가 급증기가 지난 8월부터는 유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