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기업의 노사 갈등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노조가 잇따라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에 관한 입장 표명과 폐지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최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요구다.
삼성전자 노조도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 폐지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현재 만 57세부터 전년대비 5%씩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삼성 외에 LG 등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인 다른 기업의 노조들도 임금피크제 문제를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미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KT 전·현직 직원 1300여명은 지난 2019년과 이듬해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면서 제도 시행으로 깎인 돈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KT는 지난 2015년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만 56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삭감해왔지만 소송에 참여한 KT 전·현직 직원들은 노조 조합원 총회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6월 중 나온다.
다른 기업에서도 잇따라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와 관련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6.8%다.
해당 조사가 진행된 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 차원에서 공동으로 임금피크제 무효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판단 이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조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설 것을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임금피크제가 모두 무효는 아니라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참고자료를 통해 "대법원에서도 밝혔듯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모두 무효가 아니고 다른 기업에서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효력은 판단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며 "관련 판례 분석, 전문가 및 노사의 의견 수렴을 거쳐 임금피크제 관련해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