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거리 일대 87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59곳이 '개문 냉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최유빈 기자

7월 들어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하반기 전력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으나 자영업자들은 에어컨을 가동한 채 출입문을 열어놓는 '개문 냉방' 영업중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지만 전력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논란이다.

본지가 1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일대 87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약 68%의 매장(59개)이 에어컨을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다. 문을 닫고 영업 중인 점포는 대부분 식당이었는데 이를 제외한 상당수 가게에서 전력 낭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문을 열고 영업 중인 CJ올리브영 매장 입구에는 "저희 매장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의거하여 냉·난방기 가동 중 문을 닫고 영업 중에 있다"며 "항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CJ올리브영은 명동역 일대에만 3곳의 매장을 두고 있는데 세 매장 모두 개문 영업 중이었다. 직원에게 원래 문을 열어 두고 영업하는지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명동역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이 100만원을 넘지만 주변 가게들이 모두 문을 열고 영업해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며 "정부 단속에 적발되면 5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에 동참해 문을 연 채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문 냉방 영업 행위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불법이다. 최초 적발시 경고로 끝나지만 두 번째부터는 위반 횟수에 따라 50~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자체에 지침을 내리면 진행되지만 이마저도 멈춘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퍼질 우려가 있어 실내 환기를 꾸준히 권고해왔다. 지난해 서울시는 '서울의 창을 열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1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를 권장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문 냉방 단속은 산자부의 하절기 에너지 사용 제한 고시를 통해 시행된다"며 "현재 감염병 재확산 우려가 있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냉방 단속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에너지 낭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국 전기요금을 집계한 'GlobalPetrolPrices'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세계 산업용 전기료 평균은 키로와트시(kWh)당 0.123달러였는데 한국은 0.075달러에 그쳤다. 금액 순위로 따지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133개국 중 103번째로 저렴한 수준이다.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로 인해 전력 사용량은 증가할 전망이다. 자영업자 등이 사용하는 일반용 전력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지난 5월 일반용 전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한 9002기가와트시(GWh)로 집계됐다.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전력수급상황실을 운영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 가동 등의 에너지 수급 대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부족할 경우 순환 정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