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 2.75∼3.00%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은 합리적"이라며 "앞으로 한 두 번 기준금리를 더 올려도 긴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기자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한은은 금통위 정례회의를 통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1999년 기준금리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빅스텝' 배경에 대해 "고물가 상황의 고착화를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라며 "아직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일문일답.
-물가 정점을 언제로 보나.
▶일단 3분기 말이나 4분기를 정점으로 하고 그 이후로는 약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정점 이후 물가가 급속히 낮아질 가능성보다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당분간 있을 수 있다.
-향후 경기 전망은.
▶경기 상황은 연말로 갈수록 하방 위험이 커진 것이 맞다. 한은이 5월 예측하기로 올해 경제가 2.7% 성장하고 내년에는 2.6%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 베이스라인은 올해 2%대 중반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내년에는 2%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잠재 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있기에 두세달 지켜보면 경기 예측이 낙관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확실해질 것이다.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
-앞으로 물가보다 경기 중심의 통화정책을 할 가능성은.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고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에 물가 대응 정책이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당연히 물가와 경기 양쪽을 모두 보겠지만 현재 물가보다 높은 수준, 특히 근원 인플레가 4%대까지 가는 상황은 경기와 관련없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 고물가 상황의 고착화를 막는 것이 우선이기에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황인지, 슬로우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 상승) 상황인지?
▶한은은 올해 성장률로 2% 중반 정도, 내년에는 2% 가까운 수치를 베이스라인으로 생각한다. 물론 외부 상황이 변하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아직까진 2% 밑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는 보고 있지 않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가면 그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맞다.
-모두발언을 통해 "물가가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연내 빅스텝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이는 시장에 좀 더 정확한 시그널 주기 위해 포함한 문구로 향후 물가 상승 추이가 한은이 예상한 추세를 따른다면 25bp씩 점진적으로 가면서 상황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다만 예상과 달리 우크라 사태가 악화되거나 인플레가 가속되거나 하면 한은이 생각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방향이 바뀔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 2.25%가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한 것인지? 또 앞으로 금리를 올린다면 그것은 정상화가 아닌 긴축으로 봐야 하나?
▶중립금리는 어떤 학술적인 개념이고 그 범위가 넓다. 그럼에도 이번에 금리를 2.25% 올리면 개인 생각으로는 중립금리 범위에서 하단에 좀 더 가까워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중립금리에 도달했다고 보지 않아 앞으로 한 두번은 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긴축이라 표현하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연말 금리 예측치가 2.75~3% 수준으로 올랐다. 합리적이라고 보는지?
▶지난번 기자 간담회에서 연말 2.5%나 2.25% 수준의 금리가 합리적이냐고 물어 답변했다. 그때는 물가상승률이 6% 될지 안 될지 불확실하다 했는데 이미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6%에 다다랐다. 그래서 연말까지 2.75%나 3% 금리 수준을 예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실제 2.75%가 될지 3%가 될지 등은 여건 변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의 기대 수준으로는 합리적이라고 본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감내 가능한 금리 역전 폭은 얼마인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8%를 넘는다.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미국의 경기는 아직까진 비교적 잘 버티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금리가 역전될 텐데 역전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신흥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 외환시장 자본유출 여부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환율 변동과 금리 역전에 따른 외화 유출 가능성은?
▶그런 상황에 따른 영향을 우리만 받는지 아니면 전 세계가 다 받는지가 다르다. 최근 환율이 1300원을 넘으면서 조야가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을 1997년, 2008년과 비교하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아시아에서만 자금이 빠졌다. 2008년에도 한국의 외환 보유고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출렁인 적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만 이런 것이 아니고 엔화, 위안화 등이 더 많이 절하되고 있다. 그러니 2008년이나 1997년을 생각하지 말고 다른 나라 상황에 비해서 어떤지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에 따른 여파는?
▶코로나 재확산 시 소비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재 한은이 예상하는 소비 흐름 등은 코로나가 더 번져서 또 거리두기가 크게 강화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연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이 없다는 듯 말했다. 만약 연간 7%대 물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또 빅스텝이 가능한가?
▶빅스텝 가능성 없다는 표현은 너무 강하다. 물가가 한은의 예상 추이를 따른다면 점진적 조정이 바람직하다는 표현이었다. 앞으로 인플레가 가속되면 한은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바뀔 수 있다. 다만 그 지점에 대한 판단은 한은 총재가 아닌 금통위원들이 자료를 보고 결정하게 된다.
-외부 요인의 물가 영향이 커서 금리만으론 잡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을 순 없다는 표현은 정확히 얘기하면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으려면 그 비용이 너무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잡기가 중요하다는 시그널을 보내면 경제 주체 각자가 임금 상승 등을 억제하고 정부도 각종 물가 완화 정책을 동원할 것이다. 금리만 아니라 이런 여러 주체의 협조를 통해서 물가를 잡는 것이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라고 본다.
-이번 빅스텝에 따른 효과는?
▶보통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렸을 때 경기(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1년 평균 0.2%포인트 정도로 보고 있다.
-국내 적정 물가 수준은?
▶한은의 물가 목표치 2%를 유지하는 것이 맞냐는 물음으로 들린다. 그런데 지금처럼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목표치를 조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단기 기대 인플레는 많이 올랐지만 5년, 10년 기대 인플레는 최근에도 고정돼 있다. 따라서 한은의 현 임무인 2% 인플레로 목표를 잡고 중장기적으로 2%로 돌아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