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준금리를 한 두번 더 올려도 긴축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내린 평가다. 그동안 이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됐으나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 카드를 꺼내면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행보로 돌아섰다.
이 총재의 매파 행보는 옷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금통위 본회의에 주황색 계통의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는데, 통상적으로 붉은 계통은 금리 인상, 푸른 계통은 금리 동결로 받아들여진다.
금통위를 마친 후 이 총재는 "이번 0.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상황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고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향후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져 경제 전반은 물론 취약 부문에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물가 안 잡으면 후폭풍 온다… 오일쇼크 사례 강조
이 총재는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당시의 인플레이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970년대 유가 파동 이후 물가-임금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연 평균 16%를 상회하고 명목 임금도 26% 정도로 높았다"며 "고인플레는 1980년대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통해 경기 고통을 감내하고서야 꺾였다. 그 뒤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에 따라 고통이 줄었다"고 언급했다.이어 "지금이 1970년대와 같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가로부터 촉발된 인플레로부터 손실 보상을 받기 위해 각 경제 주체가 가격, 임금을 올리고 이것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개별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해도 큰 경기침체 없이는 고물가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금통위가 남은 세 차례의 통화정책방향 회의(8월, 10월, 11월)에서 잇달아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면 연말 한국 기준금리는 연 3.0%가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3.00%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이번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준금리 3%가 되면 2012년 7월(3.0%) 이후 10년 만에 3%대 시대를 맞게 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합리적"이라면서 "다만 현재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추후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