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정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광복절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사면이 예상되는 만큼 경제계에서는 사면 대상에 재벌 총수들이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다. 사면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반대 측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9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8·15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를 선정해 사면권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어 12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사면안을 의결, 발표하면 사면 대상자가 확정된다.


정부 인사들이 경제인 사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만큼 재계에서는 대상자 명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업 총수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냐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건의하겠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받은 만큼 관련 사건에 연루된 경제인들도 사면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됐는데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사면받지 못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공식 사면이 되지 않아 경영 활동에 장애가 많기 때문에 원인 자체가 해소된 만큼 함께 사면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형기는 지난달 29일 종료됐으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동안 취업제한을 받는다. 해외 출장 때마다 법무부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절차도 존재한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자가 아니지만 집행유예 중이라는 사실이 경영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입장이다. 해외 기업은 투자와 M&A 등을 진행하기 전 오너의 컴플라이언스(법률·명령 등의 준수)를 살펴보는 데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의 신분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사면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면해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집행유예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총수가 기업 경영 활동을 하고 있고 법률상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의 우려 역시 사면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사면을 통해 법률적인 제약을 없앤다고 하더라도 총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며 이를 해외 투자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경제 범죄 행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기업에 휘둘린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 투자자가 M&A나 공동 사업을 진행할 때 오너의 부정행위를 정부가 용인해주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고위 관직에 있는 사람에게 뇌물을 주고 대가를 받는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한 임원은 2012년부터 말레이시아와 아부다비 토후국의 고위 공무윈에게 뇌물을 건네고 사업을 따냈다. 이 사실을 적발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19년 연방 증권법의 반 뇌물, 내부 회계 통제, 장부 및 기록 조항을 위반했다며 4370만달러(573억)의 추징금을 명령하고 증권업계에서 해당 임원을 영구 퇴출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영학 교수는 "사면을 통해 오히려 한국의 기업법이나 내부 통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며 "사면은 정치적 거래의 셈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