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는 리투아니아의 성공적인 탈러시아 행보와 한국·리투아니아 협력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요바이타 넬리웁시에네 리투아니아 경제혁신부 차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대사관에서 머니S와 인터뷰하는 넬리웁시에네 차관(오른쪽). /사진=김태욱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가장 먼저 중단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있다. 바로 리투아니아다.

잉그리다 시모니테 리투아니아 총리는 지난 4월2일(이하 한국시각) 트위터를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러시아산 가스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가스 수입을 중단한 첫 EU 회원국"이라고 밝혔다.


리투아니아의 이 같은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가스의 약 2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대다수 유럽 국가와 대비된다. EU는 현재까지 7차례나 대러 제재를 부과했으나 가스만큼은 예외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낮은 국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리투아니아 매체 LRT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1억4000만유로(약 1875억원) 규모의 가스를 구매했다. 이는 지난해 리투아니아가 소비한 가스의 약 25% 규모다.

이에 머니S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대사관에서 요바이타 넬리웁시에네 리투아니아 경제혁신부 차관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넬리웁시에네 차관이 지난 3~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 2022' 참석을 위해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이날 넬리웁시에네 차관은 "(리투아니아) 에너지 자립의 성공 비결은 지난 2014년 울산 앞바다에 띄운 배 '인더펜던스호'"라고 강조한 후 "한국은 리투아니아의 전략적 동반자다.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전략적 동반자… 협력 강화 희망"

머니S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요바이타 넬리웁시에네 리투아니아 경제혁신부 차관. /사진=리투아니아 경제혁신부 공식 홈페이지

- 리투아니아는 대다수 유럽 국가와 달리 러시아 에너지 자립도 100%를 달성했다. 비결은 무엇인가.

▶맞다.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에너지 자립도 100%를 이뤘다. 이는 오랜 기간 에너지원을 다각화한 덕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4년 한국(현대중공업)의 기술로 건조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를 구매한 것이다. 당시 우리는 '바다 위 LNG 기지'로 불리는 FSRU를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인더펜던스호'로 명명했다. 인더펜던스호 덕분에 '에너지 인더펜던스'를 이룬 셈이다.

- 오랜 기간 에너지원 다각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언급했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는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피해자다. 러시아는 지난 1991년부터 2014년까지 20차례 이상 가스와 석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에너지 무기화에 나섰다. 그들(러시아)은 우리에게 다른 국가보다 비싼 값에 가스를 공급하기도 했다. 일례로 러시아는 우리에게 독일보다 약 30% 이상 비싼 값에 가스를 공급했다. 리투아니아가 독일보다 러시아와 가깝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 같은 모습이 지속되자 우리는 자체 정유공장을 건설하는 등 에너지원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러시아와 폴란드, 독일에 정유공장이 있는데 굳이 정유시설을 건설해야 하는가'라며 반대의견도 나왔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인더펜던스호가 증명하지 않는가. 인더펜던스호는 오늘날 '게임 체인저'가 됐다.

- 방금 리투아니아의 정유시설 건설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에너지원 다각화 이후 어려움은 없었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우리가 인더펜던스호를 구매해 LNG 공급망을 확보하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독일보다 30% 비싼 가격에 가스를 판매하던 러시아가 돌연 가스값을 '정상가'로 대폭 낮춘 것이다. 이처럼 인더펜던스호는 소중한 한국·리투아니아 관계의 표상이다. (우리는) 한국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길 희망한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 진출 교두보"

지난 4일 한국바이오협회와 리투아니아바이오협회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은 체결식 후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과 요바이타 넬리웁시에네 차관, 아그네 브잇캐비치에네 리투아니아바이오협회 부회장(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주한 리투아니아 대사관 제공

- 한국과 리투아니아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나.

▶양국은 바이오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 리투아니아는 바이오 강국이다. 이번 방한의 목적도 리투아니아 바이오 기업들과 함께 코엑스에서 개최된 한국바이오협회와 리투아니아바이오협회의 업무협약(MOU) 체결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리투아니아가 바이오 강국임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가 있다. 바로 미국 생명과학 기업 써모피셔가 리투아니아에 써모피셔-발틱스를 설립한 것이다. 해당 법인은 그린필드투자(해외 진출 기업이 투자 대상국에 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방식)가 아닌 인수합병(M&A) 형태로 설립됐다. 써모피셔-발틱스는 현재 써모피셔가 운영하는 연구개발(R&D) 법인 중 최대 규모다. 이번 방한에 함께한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도 리투아니아 바이오의 자랑이다. '바이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카블리 나노과학상' 수상자인 그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최초로 고안한 인물이다. CRISPR-cas9는 현재 치료제와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양국은 바이오 외에도 IT-정보통신기술(ICT)과 스마트 제조(smart manufacturing)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

- 리투아니아 바이오테크 관계자들은 머니S와 인터뷰에서 위탁생산(CMO)에 강점을 보이는 한국 바이오테크와 R&D에 강점이 있는 자국 기업들의 협력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맞다. 방금 언급한 것처럼 양국은 같은 바이오에서도 다른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CMO 능력과 의료기기 제조기술에서 뛰어나다. 리투아니아는 유전자 공학과 대사 공학, 효소 공학 R&D에서 뛰어나다. 양국 바이오산업의 만남이 큰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우리에게 바이오 분야에서의 협력은 필수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특히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은 1% 수준이다. 협력은 필수다. 현재 한국이 의료기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리투아니아의 산업 레이저 기술을 필요로 하듯 양국의 협력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 리투아니아 정부의 외국자본 투자유치 지원안이 궁금하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해 리투아니아에서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에 최대 20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대형 투자 프로젝트란 2000만유로(약 266억원)의 투자와 100명 이상의 현지 채용을 의미한다. 지난해 20개 이상의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이에 따라 3000여명이 채용됐다. 나아가 정부는 R&D를 활성화하기 위해 '트리플-디스카운트'(Triple-discount)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정부가 기업이 R&D에 투자한 자금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인세에서 감해주는 제도다. 'EU 진출 교두보'인 리투아니아는 다른 EU 가입국들과 공급망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이 리투아니아와 협력하면 공급망 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인 폴란드가 최근 한국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등의 무기를 구매하기 위한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NATO 가입국인 리투아니아와 한국의 방산 분야 협력 가능성은 어떤가.

▶방산 또한 기대되는 협력 분야 중 하나다. 리투아니아는 GPS에 필요한 위성을 제조하는 국가다. 이외 방산 기술에 필요한 광학 제조 능력도 우수하다. 내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개최되는 '발틱 밀테크 써밋'(Baltic Miltech Summit)에 한국 방산 기업들을 초대하고 싶다. 발틱 밀테크 써밋은 민간과 공공 방산기업, NATO와 EU 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방산 기업들의 유럽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 가치 공유하는 한국·리투아니아, 함께 나아가야"

사진은 지난 2014년 2월19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부유식 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 명명식에서 이재성 당시 현대중공업 회장과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당시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내빈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뉴스1

- 리투아니아와 한국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양국은 모두 지하자원이 부족함에도 훌륭한 인적 자원으로 발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투아니아는 적은 인구에도 산업공학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2~23%를 차지하는 강소국이다. 비슷한 규모(인구)의 국가들은 대부분 서비스업 위주인 반면 우리는 바이오와 레이저 산업 등을 통해 발전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양국 모두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한국과 리투아니아는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각각 한미동맹과 NATO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다. 예컨대 외국 자본은 리투아니아가 최근 러시아와 화물 통행을 놓고 갈등을 빚었음에도 이탈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힘이다.

-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과 리투아니아는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공유한다. 민주주의는 개인적으로 대단히 특별하다. 소련 점령기인 지난 1989년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국민과 함께 인간띠를 만들었다. 인간띠 참여 전날 리투아니아 국기가 없던 나는 손수 바느질해 국기를 만들었다. 다음날 해당 국기를 들고 인간띠에 참여해 수많은 시민과 독립을 외친 기억이 있다. 이처럼 독립과 민주주의는 특별하다. 그로부터 약 25년 뒤인 지난 2014년 한국의 기술로 건조된 인더펜던스호가 우리에게 안긴 '에너지 독립'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양국 관계의 표상인 인더펜던스호는 한국·리투아니아 협력의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