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한국전력공사를 '세계 최고의 에너지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정승일 사장(58·사진)이 적자로 고전하고 있다. 여러 자구책을 꺼내 들었으나 하반기에도 한전의 적자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 상반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14조30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72억원)보다 76배 늘어나는 등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조정에도 매출액은 3조3073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영업비용은 연료 가격 급등으로 17조4233억원 늘어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앞서 1분기에 약 8조원가량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은 지난 5월 정 사장을 중심으로 전력그룹사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자구 노력과 경영혁신 등 비상 대책도 발표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출자지분 매각 8000억원 ▲부동산 매각 7000억원 ▲해외사업 구조조정 1조9000억원 ▲긴축 경영 2조6000억원 등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까지 출자지분 2건, 부동산 3건 등 모두 1300억원의 자산을 매각했고 약 1조3000억원의 예산을 이연, 절감했다.
정 사장을 포함한 한전의 경영진은 2021년도 경영평가 성과급 전액을, 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은 50%를 반납했다. 국가 경제의 위기 상황 속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였다.
정 사장과 한전의 자구 노력에도 한전은 하반기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는 연료비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한전의 올 상반기 평균 전기요금 판매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110.4원이었는데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비용인 전력도매가격(SMP)은 kWh당 169.3원이었다. kWh당 60원 가까이 손해를 보면서 전기를 공급하는 탓에 한전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오는 10월 전기요금이 kWh당 5원 인상될 예정이지만 적자를 막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물가를 잡아야 하는 기획재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추가 전기요금 인상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적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이 23조76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8조6626억원, 1조1933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