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와 필카, 그리고 롤러장… Z세대 홀리는 레트로 감성
과거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받는 소재다. 영상은 기자의 최애(가장 아끼는) LP가 재생되는 모습. /영상=전은지 기자

사람들은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가며 과거를 그린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불안한 현재와 막연한 미래 사이에서 '과거'는 언제나 달콤한 기억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미래는 앞을 알 수 없지만 이미 지나온 과거는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나온 과거는 우리의 기억 속보다 더 행복하고 재밌게 미화되곤 한다. 힘들었던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도 지나고 보면 '나름 즐거웠다'고 추억할 만큼.


따라서 '복고'는 언제 어디서나 흥행할 수밖에 없는 요소로 꼽힌다. 과거를 그리는 물건은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느리고 불편하게만 느껴지던 것들도 지나서 생각해보면 '감성적인 요소'나 '재미'로 바뀐다. 온라인 메신저로 쉽게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시대지만 과거 쓰던 손편지가 더 정감 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듯이 말이다.

최근에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과거를 즐기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Z세대가 70~80년대 감성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LP와 필카면 '감성'이 뚝딱

LP와 필름카메라에는 디지털이 줄 수 없는 감성이 담겼다. 사진은 필름카메라로 풍경을 촬영하는 금모씨와 LP들. /사진=전은지 기자

카메라로 언제든 원하는 사진을 찍고 지울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찍은 사진을 모조리 인화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장된 필름에 정해진 장수만큼만 인화가 가능하기에 사진을 찍을 때면 필름을 낭비하지 않도록 집중해서 찍어야 했다. 사진을 잘못 찍어 필름을 날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후 사진을 쉽게 지울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나타나자 필름카메라의 인기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현재는 디지털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휴대전화 자체가 웬만한 카메라만큼의 화질을 자랑하다 보니 굳이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무릅쓰고 최근 다시 '필카'가 뜨고 있다.


필름카메라를 자주 사용한다는 장모씨(여·22세)는 "필카 만이 주는 감성이 있다"며 "통으로 필름을 인화하다 보니 잘못 나온 사진도 많은데 오히려 그것도 하나의 매력으로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금모씨(여·24세)도 "휴대폰 카메라에서 느낄 수 없는 옛날 분위기나 감성을 담을 수 있어 필카를 사용한다"며 "일반 카메라에서는 찍은 후 보정 과정을 거친다 해도 필카를 따라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LP 역시 이와 비슷한 이유로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음원의 깨끗하고 정갈한 소리가 아닌 LP를 재생할 때 들리는 특유의 잡음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LP 플레이어의 경우 감각적인 외관으로 출시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큰 인기다.

최근 LP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박모씨(남·25세)는 "LP를 재생할 때 나는 잡음이 마치 빗소리 같이 느껴진다"며 "디지털의 깨끗한 음보다 오히려 LP의 음악 소리를 들을 때 더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강모씨(20대)도 "(LP 플레이어를) 사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인테리어 요소로도 좋고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 때 분위기 내기에도 좋다"며 "LP 모으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음식보다도 분위기에 취한다

레트로 음식점에 들어선 순간 마치 과거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진=전은지 기자

우리 주위에서 레트로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음식점이다. 특히 번화가 인근에는 레트로 풍의 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3일 기자가 찾은 한 음식점은 '뉴트로'(New+Retro) 성향이 짙은 곳이다. 과거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하기보다 복고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식으로 새롭게 각색한 곳이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땡땡이 무늬 벽지와 고풍스러운 가구, 옛 느낌을 주는 샹들리에와 조명은 과거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인지 음식점에는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7080학번 세대와 이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함께 모이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앞서 소개한 필름카메라와 LP가 젊은 세대에 한해 유행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전 세대가 함께하는 공간이다.

음식점을 찾은 3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레트로를 좋아해 이런 가게를 찾아다닌다"며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체험하고 새롭게 알아가는 기분이라 좋다"고 덧붙였다. 김모씨(50대·여)는 "아주 어렸을 때 향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가끔 가게를 찾는다"며 "요즘 스타일로 바뀐 부분도 많지만 과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롤러와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롤러스케이트장은 2010년대 유행가가 울려 퍼지고 반짝이는 조명 때문에 더 신이 났다. /사진=전은지 기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롤러스케이트장. 헬멧과 보호대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한 후 롤러장으로 들어섰다.

롤러는 인라인스케이트와 달리 바퀴가 양쪽에 2개씩 총 4개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바퀴가 신발의 양쪽에 자리해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었다. 덕분에 인라인스케이트도 타본 적 없던 기자는 금방 익숙해졌다.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달리 한 번 감을 잡으니 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롤러장에는 2010년대 유행했던 가요가 재생됐는데 반짝이는 조명과 흥겨운 음악을 듣다 보니 저절로 신이 났다. 이날 롤러장에는 10대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다. 이미 여러 번 와본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가 하면 강사에게 강습받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롤러장을 찾은 부모도 볼 수 있었다.

진모씨(50대·여)는 "집 근처에 롤러장이 생겼길래 추억을 떠올려볼 겸 찾았다"며 "아이들에게도 롤러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싶어 함께 왔다"고 전했다. 그는 "딸과 함께 롤러장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며 "나는 옛 기억을 떠올리고 아이는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밝게 말했다.

레트로의 유행은 과거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를 겪지 않았던 젊은 세대에게도 새롭고 재밌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과거에 대해 알고 다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레트로'의 유행은 나이 든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환영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