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해 시행자인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롯데건설이 수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으면서 시공계약 철회 여부를 놓고 건설업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과거에는 불법 홍보나 금품 제공을 한 건설업체가 벌금 등 처벌만 받고 다른 불이익이 없었지만 앞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수주 제한 조치나 시공계약 취소 소송이 발생하는 경우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8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이후 건설업체의 조합원 금품·향응 제공에 대한 행정처분이 대폭 강화,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은 롯데건설의 재판 최종 결과를 지켜보는 건설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재건축·재개발 시공사가 수주 경쟁 과정에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 기존 형사처분 외에 ▲시공권 박탈 ▲과징금 부과 ▲해당 시·도 도시정비사업 2년간 입찰 참가 제한 등을 시행하도록 했다. 건설업체가 계약한 홍보업체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도 건설업체가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만 법 개정 당시 과거 사건에 대해선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해 현재까지 강화된 기준으로 처벌받은 기업은 없다. 롯데건설의 경우 해당 법령이 개정되기 바로 전인 2016~2017년 다수 사건의 당사자로 법원 판결을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 수주 과정에서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조합원과 가족 약 4900명에게 7억200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에 대해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롯데건설이 2017년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수주 과정에 외주업체(아웃소싱) 직원들을 통해 조합원에게 현금과 여행경비 등 1억84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법인 7000만원, 현장 책임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만약 해당 사건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적용될 경우 금품·향응 제공 전력이 있는 건설업체는 입찰을 제한받을 수 있다. 사실상 영업이 막히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건설업체가 시공계약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천억, 수조대의 이익에 비해 벌금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판결이 나온 사업의 수주 당시 롯데건설의 상대 업체 역시 금품 제공을 했다"면서 "하지만 수주를 못한 쪽은 같은 벌금형을 받지 않아 처벌 의미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 매출 대비 벌금이 낮아서 불법 홍보를 해서라도 수주하는 쪽이 이득이 되고 문제를 근절하기가 어렵다 보니 법이 강화된 것"이라면서 "다만 롯데건설이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원 일부는 소송을 통해 시공계약을 취소하자는 입장이어서 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