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노동조합에 불합리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한국 산업계의 특성상 노란봉투법이 입법되면 노조의 불법점거 농성 등이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정의당은 지난 15일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이란 노동조합이 불법 쟁의 행위를 하더라도 사용자가 노조와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청구·가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말한다.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은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단체교섭,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에 대해선 노조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노조에 의해 계획된 쟁의인 경우 개별 근로자에게 손해배상과 가압류도 할 수 없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란봉투법'은 단지 노조를 편들기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실질적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만드는 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노란봉투법을 '22대 민생 입법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키고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당한 노동권 보호 위한 해외 입법 선례를 검토해 입법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앞서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야당은 이번엔 반드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대우조선해양 불법점거 사태와 같은 일이 만연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앞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6월2일부터 7월22일까지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고 6월22일부터는 경남 옥포조선소 1도크(건조 공간)를 점거해 농성을 펼쳤다.
대우조선은 이번 불법점거 농성으로 8165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지난달 26일 하청지회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계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들은 지난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예방하고 노란봉투법 추진에 대한 경영계 검토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회장은 "한국 노사관계가 여전히 대립적이고 전투적인 노동운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면 기업과 전체 국민에게까지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란봉투법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 불법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불법행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인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는 매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경제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진식 회장도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와 화물연대 파업 사태에서 보듯 국민의 불편만을 야기할 과도하고 불법적인 노조 활동은 설득과 소통을 통한 해결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 노란봉투법과 같은 법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