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기업들에 내준 대출이 올들어 9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등으로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 역시 이자부담 증가로 인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9월말 기준 총115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89조8000억원 늘었다.
2021년 은행의 기업대출이 89조3000억원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9개월만에 지난 한 해 대출 증가폭을 넘어선 셈이다.
특히 9월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말 대비 27조9000억원 늘어난 20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2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2021년 한해 동안 7조5000억원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증가폭은 전년대비 약 3.8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 받은 기업들, 이자부담 가중 우려
문제는 기업대출이 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빅스텝을 밟으면서 기업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올들어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회사채 금리가 높아진 탓에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지난 2월말 까지만 해도 신용등급 AA-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2.877%를 기록, 2월 은행 기업대출 금리(3.37%)보다 낮았다.
하지만 지난 6월 회사채 금리가 4.004%로 오르더니 지난달 22일 5.109%로 치솟았다. 지난달 26일에는 5.551%까지 치솟았다. 6~8월 은행 기업대출 금리가 3.84~4.46%인 점을 감안하면 회사채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는 얘기다.
이처럼 은행 대출금리가 회사채 금리보다 낮아진 데다 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받는 게 비교적 간단한 탓에 기업들이 은행 대출 창구로 몰려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한국은행의 5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도 크게 치솟아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업대출 금리는 4.46%로 전월(4.12%)대비 0.34%포인트 치솟았다. 이는 2014년 7월(4.54%) 이후 8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4.23%,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65%로 전월대비 각각 0.39%포인트, 0.29%포인트 올랐다. 이 역시 2014년 7월(각각 4.28%, 4.7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전인 2021년 8월까지만 해도 기업대출 금리는 2.78%, 대기업대출 금리는 2.56%,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2.93%로 2%대에 머물렀지만 1년새 4%대로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12조2000억원이 증가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7개월 연속 8%대를 이어가고 있어 다음달 연준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는 한국은행 역시 다음달 추가 빅스텝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 대기업 대출에서도 부실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기업대출은 규모 자체도 큰만큼 은행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