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은행채 발행량이 급증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대출 문을 두드리면서 은행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크게 늘린 탓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액은 83조9800억원으로 전체 채권 발행액의 35.7%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59조2173억원) 대비 41.8%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7월1일~10월21일 은행채 발행액이 전체 채권 발행액의 25.2%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중 역시 10.5포인트 치솟은 셈이다.
은행채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은행은 대출을 내줄 때 주로 정기 예·적금 또는 은행채로 대출 자금을 조달한다.
지난 7월1일부터 이날까지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도 16조598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8조2323억원)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은행채 발행이 늘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보다 은행 대출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대출은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55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4000억원 늘었다.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은행들은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량까지 늘리면서 은행채 금리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사태로 채권금리가 급등한 영향도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85%까지 완화했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12월까지 92.5%로 맞출 예정이어서 은행채 발행을 늘린 영향도 컸다.
LCR은 금융위기 같은 상황에서 '뱅크런'처럼 일시적으로 은행에서 뭉칫돈이 이탈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를 말한다. LCR이 높을수록 유동성 위기 발생 시 금융사가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들이 연말 LCR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은행채 금리가 치솟자 금융당국이 LCR 규제 정상화 조치를 6개월 늦추기로 했다.
실제로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 18일 4.001%를 기록,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4.069%, 20일에는 4.117%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채 6개월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지표로 작용하는 만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계속 무거워지고 있다.
대출금리는 은행채와 코픽스 등 준거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은행들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채 5년물을,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은행채 6개월물과 코픽스 등을 준거 금리로 삼는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이미 7%를 넘어선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형 주담대 기준이 되는 코픽스 역시 은행채 변동의 영향을 받아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채의 대규모 발행이 계속 이어질 경우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역으로 움직이는 만큼 발행이 늘수록 금리도 올라가 대출 이자 부담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