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 세계 주요 5개국(G5)에 비해 기업 규모별 세제지원 격차가 과도하게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기업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와 자금사정 압박을 극복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법인세 주요 제도 국제 비교와 시사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은 중소기업은 25%인 반면 대기업은 최대 2%에 불과하다.
G5 국가는 기업 규모별 R&D 세제지원에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10%로 동일하며 일본은 대기업이 10%, 중소기업 12%로 2%포인트 차이가 난다.
영국은 대기업이 13%, 중소기업이 24.7%이며 프랑스와 독일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구분 없이 각각 30%, 25%의 세액공제율을 정했다. 영국 의경우 중소기업 R&D를 소득공제로 지원하고 있어 이를 세액공제율로 환산한 수치다.
전경련은 "한국의 대기업 R&D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지원제도는 국내 R&D투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기업 일반 R&D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소한 경쟁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업에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로 이월, 그 해 과세할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게 한 '결손금 이월공제 제도' 역시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있다.
중소기업은 전년도에 발생한 손실을 사용해 당해 소득을 전부 공제받을 수 있지만 대기업은 전년도 손실이 아무리 커도 당해 소득의 최대 60%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으며 남은 40%에 대해서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공제받지 못하고 남은 손실액은 다시 다음 연도로 이월해 공제받을 수 있으나 손실이 발생한 해부터 15년까지만 가능하다. G5 국가 중 대기업에 대해서만 공제 한도와 공제 가능 기간을 모두 제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해외자회사가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현지에 납부한 뒤 남은 재원으로 국내 모기업 배당 받은 돈에 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과세' 역시 한국에만 존재한다.
또한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라는 제도를 통해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비율도 한국은 20%다. 일본은 과세표준을 구분해 10~20%로 차등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과 동일하게 20%지만 사내유보금이 기업활동에 필요하다는 점을 입증하면 세금을 면제한다.
기업이 납부해야 할 최소한의 법인세를 규정한 '최저한세' 역시 한국과 미국 뿐이다. 이마저도 미국은 최근 3년 평균 순이익이 10억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에만 최저한세를 부과하지만 한국은 모든기업이 대상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최근 고물가와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우리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투자·고용 여력도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들이 당면한 경영 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