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한전 적자' 불똥 맞은 민간발전업계… SMP 상한제 대응 방안은
② 위헌 우려에도 강행… SMP 상한제, 해외 사례 보니
③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재생에너지'
① '한전 적자' 불똥 맞은 민간발전업계… SMP 상한제 대응 방안은
② 위헌 우려에도 강행… SMP 상한제, 해외 사례 보니
③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재생에너지'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 상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 훼손과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상황에서도 한국전력의 눈덩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강행한 고육지책이다.
민간 발전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잡음은 여전하다. 정부와 한전은 발전사 이익상한제 등을 도입한 주요 해외국가의 사례를 예로 들며 SMP 상한제 시행으로 국민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SMP 상한제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력도매가격, 1년 새 두 배 이상 껑충
SMP 상한제는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시장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한시적으로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정부가 민간 발전업계의 반발에도 제도 도입을 강행한 이유는 한전의 적자 때문이다.올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계기로 인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을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SMP 가격이 폭등했다. 올해 1~9월 LNG 평균 가격은 톤당 132만5600원으로 전년 대비 1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연탄도 톤당 354.9달러로 187.4% 치솟았다.
이로 인해 SMP 가격도 ㎾h당 177.4원으로 113% 상승했고 한전의 3분기 누적 영업손실도 22조원에 육박하는 등 유례없는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간 30조원 이상의 적자가 확실시 된다.
정부가 도입한 SMP 상한제 기준은 지난 10년 동안 평균 SMP의 1.5배로 ㎾h당 160원가량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12월 한 달 동안 적용하기로 한 SMP 상한 가격은 육지 기준 ㎾h당 158.96원이다. 상한제 시행 첫 날인 지난 1일 SMP 평균 가격이 276.61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전의 구매 부담이 43%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민간 발전사의 손해는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SMP 상한제 3개월 연속 적용 금지 ▲SMP 상한제 도입 1년 후 조항 일몰 등을 약속했지만 민간 발전사는 소송을 적극 검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이미 SMP 상한제와 비슷한 제도가 해외에서 시행 중이라며 제조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민간 발전사 이익 상한선을 설정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 에너지업계에 횡재세 등 부과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가스가격 폭등이 SMP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발전용 가스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이는 발전용 가스가격이 기준가격 이상이면 기준가격까지만 인정함으로써 전력시장가격을 낮추는 제도이다. 또한 스페인은 지난해 9월부터 비화석발전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시행하고 있다.이탈리아도 지난 3월 발전·석유·가스생산 기업에 횡재세 부과를 결정했다. 영국도 지난 5월 석유·가스생산 기업에 횡재세 부과를 결정한데 이어 횡재세율을 25%에서 35%로 상향조정하고 발전사의 초과수익에 대해서도 40%의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는 내년까지 신재생사업자에게 309억유로(43조원)의 횡재수익을 징수해 물가 안정 예산에 사용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지난 9월 신재생·원자력 등 원료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전원에 12월부터 내년 6월까지 MWh당 180유로 이하의 가격 상한선을 두기로 했고 화석연료 기업에는 2022~2023년 회계연도 과세소득에 대해 횡재세의 일종인 연대기여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치로 유럽 각 국이 한국의 SMP 상한제 도입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정부와 한전의 주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SMP 상한제는 소비자 보호와 미래세대로의 부담전가 방지에 목적을 둔 제도로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이라며 "민간 발전사에도 한전이 발전기 연료비를 보전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MP 상한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여전하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아무리 유럽을 비롯한 해외 국가에서 횡재세 도입 등을 추진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더라도 SMP 상한제는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뿐"이라며 "SMP 제도 자체가 전력 시장에 민간발전사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시행한 것인데 가격에 상한을 두고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면 결국 민간업계의 발전 설비 투자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발전 부문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원자력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핵심 발전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하고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해 경직된 전력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