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액이 올해 큰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올해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금액이 지난해 대비 절반에 그쳤다. 이와 다르게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는 발행액이 증권사 자금 확보 필요성과 맞물리며 갈수록 늘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증권사들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 규모는 3조394억원으로 전년(6262억원) 대비 약 5배 뛴 것으로 집계됐다. ELB는 올해 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 6월(1조5436억원)과 비교해도 약 2배 늘었다.


ELB는 자산 대부분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국공채로 채우고 나머지는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다. 발행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 '원금 보장형'으로 꼽힌다. 예컨대 투자자가 1000만원 상당을 ELB에 투자할 경우 950만원은 ELB 만기시점에 1000만원이 되는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50만원을 옵션에 투자하는 구조다.

그동안 원금 보장형 상품이라는 장점에도 ELB는 주가연계증권(ELS)보다 수익률 자체가 낮고 수익을 얻기 위한 조건 역시 까다로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연말 퇴직연금 기금의 원금 보장형 상품 투자 수요가 늘면서 ELB 투자가 늘어난 데다 여러 증권사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ELB 신규 발행규모가 크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 상품의 70~80% 가량이 12월 말 만기인 만큼 증권사들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출시한 것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ELB 상품을 연속으로 출시했다. 만기가 1년 이하로 짧은 반면 금리는 세전 6% 이상으로 웬만한 은행 예·적금 수익률보다 높아서 처음 2주 간 청약률이 100%를 넘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화·교보·현대차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ELB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원금보장형 ELB도 중도상환할 경우 수수료를 떼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ELB 발행량이 크게 늘어난 것과 반대로 ELS 수요는 주춤한 모양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ELS 발행액은 26조717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6조3988억)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증시 하락으로 일부 ELS가 원금을 손실할 수 있는 녹인 구간에 진입하는 등 조기상환에 실패한 점이 발행액 급감 원인으로 꼽힌다.

ELB가 회사채나 기업어음에 비해 증권사 자금조달에 용이하다는 점도 ELB 발행량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말 고금리의 ELB를 발행하는 이유가 지난해까지는 퇴직연금 적립금 유치였다면, 올해는 유동성 경색에 따른 자금확보 차원으로 보는 게 맞는다"며 "증권사 입장에서 ELB는 일종의 채권으로, 발행에 성공하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