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갈등의 정점을 찍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의결 도중 가장 먼저 회의장을 나온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같이 말했다. 우 의원은 "표결 절차에 끝까지 있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며 "우리 당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단식을 통해서 얻은 것이 한동훈 제명밖에 없다는 점이 너무나도 아쉽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장동혁 대표가 단식 이후 복귀해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했다. 지난 14일 새벽 당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여론 조작' 의혹을 이유로 제명 처분을 내렸고, 최고위원회가 의결을 통해 이를 최종 확정했다. 표결 결과 최고위원 9명 중 7명이 찬성했고 우재준 위원은 반대, 양향자 최고위원은 기권했다.
표결 이후 우 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전 대표를 징계할 사유는 사실 별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한다는 것은 결국 탄핵 찬성에 대한 보복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양 위원은 "오늘 선택은 어떤 의견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징계는 너무 과하고 과정은 다소 허술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원내외에서 반발이 격화됐다. 국민의힘 소장파가 주축인 '대안과 미래'는 제명 발표 직후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우려스러운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며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제명 결정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함은 물론 통합이 절실한 이 당의 분열을 초래하고 외연 확장의 장벽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들은 국민의힘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29일 오후 1시20분 친한계 의원 11명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 모였다. 11명 중 대표로 발언에 나선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장동혁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그것이 지방선거 승률을 위해 우리 당에 당장 필요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은 심각한 해당 행위로 우리 의원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직 당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는 것은 정당사에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 시점에서 직전 당 대표를 제명한다면 당내 갈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원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 장 대표는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국민의힘이 하나 되어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는 국민들의 마지막 바람마저 짓밟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짤막한 메시지를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 그는 "저는 제명당했다"며 "저를 제명할 수 있어도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의 열망은 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 동지·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 당과 보수의 주인"이라며 "기다려주십시오. 저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민의힘의 제명 결정으로 한 전 대표는 향후 5년간 재입당할 수 없게 됐다. 오는 6·3 지방선거부터 23대 총선·22대 대선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전 대표의 향후 국민의힘 재입당 여부는 정치적 판단의 영역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향자 의원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 재입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당은 필요에 의해 의결해서 또 들어오기도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