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가계대출 억제와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에 기업금융을 키워온 주요 시중은행들의 자금 공급이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1년 새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반면 소상공인·자영업자(SOHO·소호대출) 대출은 오히려 줄어 자금 공급의 쏠림이 뚜렷해졌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2025년 말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총 171조9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162조3294억원) 대비 6%(9조6503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소호대출 잔액은 2024년 말 270조1999억원에서 2025년 말 267조490억원으로 1.17%(3조1509억원) 줄었다. 규모 자체는 대기업 대출 보다 크지만 건전성·자본 관리 기조 속에 성장세가 제한되는 양상이다.

은행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은 4개 은행 모두 5~6%대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이 전년대비 6.4%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하나은행(6.1%), KB국민은행(6%), 우리은행(5.5%)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소호대출에서는 은행별 온도 차와 함께 보수적 관리 기조가 뚜렷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2024년 말 49조6540억원이었던 소호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43조4400억원으로 줄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산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을 위해 부동산 임대업 관련 비중을 축소한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성 관리와 자본 비율 개선을 위해 위험가중치가 높은 소상공인 대출 비중을 전략적으로 축소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증가세를 유지한 은행들도 대기업대출 성장세에는 크게 못 미쳤다. 신한은행의 소호대출 증가율은 2.5%로 대기업대출(6.4%)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KB국민은행(1.0%)과 하나은행(0.8%)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그래픽=시대 강지호 기자

가계대출 관리로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 여력이 제한되면서 은행권의 시선은 기업대출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기업대출은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게 평가되는 만큼, 성장과 건전성을 동시에 따지는 선별이 강화될수록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차주, 특히 우량 대기업으로 집중되는 쏠림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 조짐을 보이는 점도 부담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11조9344억원으로 1년 전(10조8701억원)보다 1조643억원(9.8%)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금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올해 역시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6년 은행업 전망 및 리스크 요인'을 통해 "국내은행은 가계대출의 성장이 제한되는 가운데 기업대출 확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성장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기업/혁신기업에 대한 선별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여신의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양극화의 하단을 구성하는 기업군에는 오히려 여신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