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재판 절차를 상세히 안내하는 탓에 "MC 귀연" "예능 법관" 등의 조롱도 받았지만 법원 안팎에선 정치적 편향 없이 법리에 집중하는 '엘리트 법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죄 적용 배경을 설명하면서 17세기 영국 국왕 찰스 1세를 거론하기도 했다. 찰스 1세는 의회와 세금 징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 국회에 군대를 투입해 의회를 해산시킨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인물이다.
지 부장판사는 "이 판결을 살펴보면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을 했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했다"며 "이후 왕이라 하더라도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를 공격하면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개념이 확산했다"고 했다. 또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며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부정하면 이를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1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정식 공판 이후 선고 전까지 총 43차례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에서 주목받은 점은 지 부장판사의 진행 방식이었다. 증인에게 재판 절차를 상세히 설명하거나 재판 동안 농담 섞인 발언을 하면서 법정의 격식을 깼다는 긍정 평가와 예능 재판이란 부정 평가를 동시에 들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달 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을 향해 "프로는 징징대지 않는다"면서 "준비가 안 됐으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다고 하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증인 규모를 생각하면 한 3년 재판해야 한다"고 말하자, 지 부장판사는 "3년 해야 할 재판을 1년 (만에) 했는데 나중에 언론에 기고 좀 해달라"고도 했다.
증인과 변호인에 대한 발언권을 보장하면서 재판 지휘 논란도 불거졌다. 지 부장판사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측 발언을 제지하지 않으면서 김 전 장관 측이 14시간 넘게 변론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선 "변론권 남용을 막지 못하는 비효율적 소송 지휘"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 부장판사는 법관의 권위를 내려놓고 "재판 진행을 잘못한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구속 상태였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 결정을 내려 여권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석방 결정 당시 검찰이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구속기간(10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구속기간을 날짜가 아닌 실제 구금된 시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해석을 적용해 실무 관행을 벗어났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구속 취소 결정 이후에는 정치권에서 제기한 '룸살롱 접대 의혹'으로 법원 조사를 받았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2023년 8월 지 부장판사가 후배 변호사들과 음주를 했지만 여성 종업원의 동석은 없었다고 조사했다. 또 2차 비용을 후배 변호사가 결제했지만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계 사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서울 개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2005년 인천지법 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서울가정법원, 수원지법, 부산지법 등을 거쳤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에 걸쳐 6년간 지내는 등 비교적 법리에 밝다는 평가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을 맡은 시기는 2023년 2월부터다. 2024년 2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1심 주심을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그해 9월에는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 부장판사는 만 3년 근무 후 법관 인사 대상이 되면서 오는 23일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법조인 출신 민주당 관계자는 "재판 지휘 등으로 논란을 부르긴 했지만 정치적 편향이 비교적 없는 법관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