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원평동의 한 초등학교 외벽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다. 고소작업 시 안전고리를 걸 수 있는 와이어 등 안전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진=박영우 기자

지난해 경북 구미의 한 학교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종을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또 다른 학교 공사현장에서 여전히 안전관리가 부실한 상태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 확인 결과, 지난 7일 구미시 원평동의 한 초등학교 외벽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3층 높이의 난간에서 작업을 하면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현장 확인 결과, 일부 작업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했음에도 이동 시 생명줄 역할을 하는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은 채 위태롭게 작업을 이어갔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소지가 있다. 특히 고소 작업 시 작업자의 이동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와이어 안전시설조차 현장에는 구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문제는 근로자 뿐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인근 1000세대 대단지 아파트 초등학생들이 등하교 시 이용하는 보행 안전통로의 경우, 이를 지지하는 철재 기둥 클램프에 안전커버가 씌워져 있지 않았다. 날카로운 철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학생들과 부딪힐 경우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여기에 학교 주변 300m 이내가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외벽 작업 중인 근로자가 흡연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까지 목격돼 현장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초등학생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철재 기둥 클램프가 안전커버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자칫 부딪힐 경우 심각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사진제공=독자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구미에서 발생한 학교 공사 추락 사망사고 이후에도 현장 안전관리 수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8월11일 구미 황상동의 한 고등학교 증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근로자 A씨가 추락해 숨진 바 있다. A씨는 생활관 및 실습동 증축 공사 과정에서 옥탑 철거 작업을 위해 계단실 내부 비계 위에 합판을 깔고 이동하던 중 안전사다리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둥을 잡고 내려오다 미끄러지며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학교 공사 현장의 미흡한 안전관리가 지적됐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안전수칙 위반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학교 공사 현장은 학생들이 바로 옆을 지나가는 특수한 환경인 만큼 일반 건설현장보다 안전 기준이 더욱 엄격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안전보호구 착용과 안전시설 설치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사고 위험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들은 "공사 인부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안전 의식이 달라진 것이 보이지 않는다"며 "경북교육청이 발주한 공사임에도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통해 건설현장 사고에 대해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반복되는 경북교육청 발주 공사현장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