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월 말 기준 전월 대비 39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 거래 가격.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 대응과 외환보유액 추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상승이 과거 외환 위기와 같은 구조적 위기가 아닌 조정 성격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36억6000만달러(약 641조원)로 전월 대비 39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2025년 4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감소 배경으로는 달러 강세에 따른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환산액 축소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시장 안정화 조치가 지목된다.


외환보유액은 자산별로 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이 3776억9000만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예치금(210억5000만달러)과 IMF 특별인출권(SDR·155억7000만달러) 등도 일제히 감소했다. 금 보유액은 47억9000만달러로 변동이 없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감소한 뒤 2월 외평채 발행 등으로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3개월 연속 4300억달러를 하회하면서 외환 완충력에 대한 경계감도 이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 압력은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장기화 우려, 고유가 지속, 중동산 원유 의존도, 글로벌 달러 강세 등이 겹친 데다 외국인의 대규모 코스피 순매도까지 더해지며 원화 약세를 심화시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530원대에 진입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1570원대)에 근접했다.

"1500원대 환율, 단기 충격에 따른 조정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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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구조적 위기'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환율 급등은 인플레이션, 대외부채 부담, 자본유출 등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국은 이미 순대외채권국으로 전환됐고 단기외채 비중도 크게 낮아져 외환위기 당시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의 단기외채 비율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비 크게 낮아졌고, 경상수지 역시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견조한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달러 수급 측면에서는 완충력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원화 약세 폭이 주요국 통화 대비 상대적으로 큰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뿐 아니라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 금융계정 요인이 원화 약세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리스크오프(Risk-off) 심리가 지속될 경우 환율은 1580원 수준까지 오버슈팅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리스크오프 심리는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위험 자산을 매도하고 안전자산을 매수하려는 위험 회피 성향을 뜻한다.

환율 상승과 외환보유액 감소의 연결고리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환율 방어 과정에서 외환당국이 개입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외환보유액 감소에는 시장 안정화 조치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최근 환율 상승과 관련해 "현재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으며, 달러 유동성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환율 상승과 금융 불안을 직접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문가들 역시 환율 상승이 일정 부분 '레벨 상향(영점 이동)' 과정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위기 국면과 달리 현재는 절하율 기준으로 보면 아직 위기 수준은 아니며, 구조적 위기보다는 단기 충격에 따른 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전쟁 이슈 완화 후 미 달러 방향성 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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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환율과 외환보유액 흐름은 미국 통화정책 경로, 중동 지정학 리스크 전개, 외국인 자금 흐름 등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특히 중동 리스크 완화 여부와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꺾일 경우 환율 상승 압력도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높은 구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외환보유액 감소 속도와 외환당국의 대응 강도가 향후 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분은 증시 안정 이후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며 "4월부터 약 8개월간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한국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단기 달러 자금 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 이슈가 완화된 이후에는 미 달러의 방향성도 달라질 것"이라며 "주요국 금리차 축소는 미 달러의 약세를 지지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일시적일 경우 연내 금리 인하 경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물가 대응 차원에서 긴축 기조를 이어갈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 달러는 연준 금리 인하 기대에 맞춰 완만한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큰 틀에서 달러 방향성에 연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