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03년부터 20년 넘게 금융중심지 정책을 추진한 결과 국내 자본시장과 자산운용산업의 외형은 크게 성장했다. 반면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고, 지역 금융중심지에 대한 투자가 지역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정책 평가가 담긴 '제7차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은 2003년 12월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에서 출발했다. 당시 자산운용업 육성과 금융시장 선진화,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한국투자공사(KIC) 설립 등 7대 과제를 제시했다.
2007년에는 금융중심지법을 제정했고 2009년 1월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총 여섯 차례의 기본계획을 수립해 자본시장 고도화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금융인프라 선진화 등을 추진했다.
당국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 자본시장의 외형 성장을 꼽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022년 말 1767조원에서 지난해 말 3478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주식 보유 비중도 같은 기간 30.8%에서 36.2%로 상승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회사 수는 2437개에서 2675개로 증가했다.
자산운용시장 운용자산은 2022년 말 1446조원에서 지난해 말 2065조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78조5000억원에서 297조1000억원으로 약 3.8배 수준으로 커졌다. 국내에 진입한 해외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일임사도 41곳에서 45곳으로 늘었다.
핀테크와 디지털금융 분야에서도 온라인 예금중개 서비스와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도입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운영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마이데이터 2.0 개시, 금융권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지원 등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 기반도 마련했다.
국내 외환시장 개방과 거래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구조 개선도 추진됐다. 외국인 투자자등록제 폐지와 분기배당 제도 개선, 대체거래소 출범, 비상장주식 장외거래소 제도화 등 자본시장 접근성과 경쟁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이어졌다.
반면 국제 경쟁력 관련 지표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은 정체되고 있으며, 국내금융회사의 해외진출도 주춤하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은 2022년 168건에서 지난해 171건으로 3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도 같은 기간 478건에서 482건으로 4건 증가했다.
금융위는 해외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에 여전히 제약이 있고 자본시장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더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데이터·AI 등 신기술 활용, 디지털 신산업 제도 정비, 핀테크 지원 등 혁신 노력을 했으나 선진국 대비 경쟁력이 미흡한 점도 지목했다.
지역별 금융중심지 정책도 아쉬움을 남겼다. 공공기관 이전과 금융센터 건립·확장 등 물적 기반 확충에 집중하면서 실질적인 투자 유치와 지역경제 기여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 금융중심지 개발이 인근 지역경제 발전과 연결되는 모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인력 유출과 외국계 기업 유치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조세 부담과 경직적인 규제도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금융위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체계가 디지털금융 확대 등 급변하는 금융생태계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등) 종합 규율체계는 아직 논의 중이며, 기술혁신·투자자보호·금융안정 간 균형있는 제도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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