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 채비가 코스닥 상장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먼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민간 분야 급속 충전 1위 타이틀 이면에 현재진행형 적자·정정 신고서 파문·재무적 투자자 풋옵션 리스크가 복층으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8일 채비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채비는 현재 희망 공모가 1만2300~1만5300원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주관사는 KB증권·삼성증권(공동대표주관)이며 대신증권·하나증권이 공동주관으로 참여했다.
채비는 전기차 충전소 운영(CPO)과 충전기 제조·판매(EVSE)를 양 축으로 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이다. 2025년 말 기준 직접 운영하는 급속 충전면수는 5681면으로 민간 분야 1위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누적 인프라 보급 기여 비중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7kW 완속부터 400kW 초급속까지 풀라인업을 자체 개발·생산한다.
강점(Strength): 급속 충전 민간 1위 네트워크에 회원 40% 침투율
채비의 핵심 자산은 인프라 규모다. 2025년 말 기준 채비의 급속 충전 직접 운영면수는 5681면으로 시장 전체 급속 충전면수(5만447면) 대비 약 11.3%를 점유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만 놓고 보면 압도적 1위다. 신규 인프라 보급 기여 비중에서도 2022~2024년 3년 연속 민간 단독 1위를 유지했다. 다만 2025년에는 신규 보급 기여 비중이 4.8%로 전년(22.2%) 대비 급격히 줄며 전체 급속 충전면수 기준 시장점유율이 13.0%에서 11.3%로 하락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2025년 말 기준 전기차 보급대수(약 90만 대) 중 채비 회원은 36만6000명으로 명목상 비중은 41%에 달한다. 2022년 20%, 2023년 24%, 2024년 33%에서 가파르게 오른 수치다. 회원 기반이 두텁다는 것은 추후 로밍 매출과 부가서비스 수익화에 유리한 포지션을 의미한다.
'채비스테이'도 주목할 자산이다. 서초·성수·홍대·마포성산·둔촌·신월·안양 등 수도권 핵심 상권 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각 지점은 비즈니스 라운지·카페·F&B 등 지역 이용객 특성에 맞춘 부대시설을 결합한 복합 공간 모델로, 충전 대기 시간을 체류 경험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일반 충전소 대비 평균 4~7배 이상의 가동률을 기록한다고 회사 측은 추정한다. 가동률이 높다는 것은 곧 면당 CPO 매출이 일반 충전소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충전 패턴·체류 시간·방문 주기 등 이용 데이터도 축적, 이는 향후 광고·멤버십·제휴 마케팅 등 데이터 기반 사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는 자산이다.
약점(Weakness): 4년 연속 적자, EBITDA도 마이너스 탈출 못 해
채비의 재무 성적표는 냉혹하다. 매출은 2022년 537억원에서 2025년 1017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139억원에서 296억원으로 오히려 더 커졌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25.9%에서 2025년 -29.1%로 개선되지 않았다. 영업 기반 현금창출력 지표인 EBITDA도 4년 연속 적자(-115억→-176억→-132억→-136억원)로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2025년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2.2%로 원가 부담이 매우 높은 구조다. 판관비(319억원)가 매출총이익(23억원)의 14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고정비 부담이 구조적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로, 2025년은 -231억원에 달한다. 자체 현금 창출력이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 자금에 의존해 성장하는 구조다.
IPO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수정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핵심 수치에 대한 3차 정정은 단순 형식 수정이 아닌 밸류에이션 핵심 변수 수정이라는 점에서 부담일 수 있다. 채비는 최초 신고서 제출(3월 4일) 이후 3월 17일(1차), 20일(2차), 25일(3차) 등 세 차례 걸쳐 신고서를 정정했다. 주요 수정 항목은 매출 추정치, 비교기업 EV/EBITDA 배수, 공모가 산정 핵심 지표들이다.
기회(Opportunity): EV 시장 고속 성장과 도심 충전소 공급 부족
전기차 시장 성장 모멘텀 자체는 분명하다. 2025년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90만 대를 넘어섰고 2028년에는 201만 대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급속 충전면수도 2025년 5만면에서 2028년 8만3000면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도심 핵심 입지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 구축 인프라를 보유한 1위 사업자의 위치는 더 탄탄해질 수 있다.정부의 공공 충전 인프라 예산 감소도 역설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공사업자 비중이 줄면 민간 CPO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공공사업자의 신규 설치 비중은 24.9%였으나 2025년에는 8.9%까지 급감했다. 채비처럼 민간 직접 운영 비중이 높은 사업자에겐 구조적 수혜다.
위협(Threat): '3년 후 흑자' 밸류에이션·FI 풋옵션·정책 리스크
가장 큰 위협은 공모가 산정 방식 자체다. 채비는 현재가 아닌 2028년 추정 EBITDA를 기준으로 유사 기업 평균 EV/EBITDA 24.0배(3차 정정 기준)를 적용해 주당 평가가액을 2만124원으로 산출했다. 여기에 24.0~38.9%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 밴드를 1만2300~1만5300원으로 정했다.문제는 적용된 미래 EBITDA의 불확실성이다. 2025년 현재 EBITDA가 -136억원인 채비가 2028년 중립 시나리오 기준 EBITDA 676억원을 달성하려면 3년 만에 급격한 턴어라운드가 필요하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2028년 EBITDA가 326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어느 쪽이 현실화하느냐에 따라 공모가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린다.
최대주주인 정민교 대표와 재무적 투자자(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KB자산운용 간 주주간 계약도 잠재 리스크다.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오버행(잠재 매도물량) 리스크로 작용 가능해서다.
계약에는 '적격상장' 조항이 담겨 있다. 최종 공모가가 FI 매입단가에 연복리 8%를 적용한 금액에 미달할 경우 FI는 대주주에게 연복리 15% 기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공모가가 기준에 못 미치면 최대주주가 단기간 내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게 되는 구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조항이 주가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정책 리스크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환경 변화로 EV 충전 인프라 보조금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채비의 북미 매출채권 회수가 지연되는 사례가 이미 발생했다. 증권신고서에도 연방·주정부 보조금 복합 구조로 인해 설치 지연·보조금 신청 지연·고객 자금 유입 지연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고 기재돼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채비의 네트워크 구축력과 회원 기반은 인정받을 만하지만, 3년 후 턴어라운드를 전제로 한 공모가 구조는 투자자가 상당한 실적 불확실성을 떠안는 구조"라며 "수요예측 흥행이 공모 성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