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의 자체 개발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출시를 앞두면서 후속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체중감소 효과와 내약성을, JW중외제약은 2주 1회 투여 편의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같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지만 시장 공략 전략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주도하는 비만치료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한미약품은 지난해 말 에페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를 받고 있다. 허가 후 출시되면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첫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된다.
한미의 뒤를 노리는 HK이노엔과 JW중외제약은 해외에서 후기 임상이 진행된 후보물질을 기술도입해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HK이노엔은 2024년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JW중외제약은 올해 4월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로부터 '보팡글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들여왔다.
HK이노엔은 효능과 내약성에 초점을 맞췄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주 1회 투여하는 cAMP(고리형 아데노신 일인산) 편향 GLP-1 수용체 작용제다. GLP-1 수용체가 활성화될 때 나타나는 세포 내 신호 가운데 cAMP 신호 전달의 선택성을 높여 약효를 강화하고 부작용과 관련된 신호는 줄이도록 설계됐다.
기존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임상 자료도 확보했다. 지난 6월 공개된 임상 2상에서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높은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 중국 내 17개 연구센터에서 비만 성인 163명을 대상으로 두 약물을 동일한 2.4㎎ 유지용량으로 주 1회 투여한 결과, 20주 평균 체중감소율은 에크노글루타이드 12.8%, 세마글루타이드 9.5%였다. 체중을 10% 이상 감량한 환자 비율도 각각 74%, 40%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9월 첫 환자를 등록한 뒤 올해 1월 목표 환자 313명 모집을 마쳤다. 전국 24개 의료기관에서 40주 시점 체중 변화율과 안전성 등을 평가하고 있으며 연내 투약 완료 후 허가 신청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에크노글루타이드는 cAMP 신호 전달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바탕으로 체중감소 효과와 혈당 조절 능력, 양호한 내약성을 갖춘 것이 강점"이라며 "임상 3상 피험자 모집을 조기에 마친 만큼 연내 투약 완료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은 투약 횟수를 줄이는 데 승부수를 뒀다. 보팡글루타이드는 주 1회 투약이 일반적인 GLP-1 주사제와 달리 2주에 한 번 투여하는 합성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이다. 상용화되면 연간 주사 횟수를 52회에서 26회로 절반 줄일 수 있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의 투약 부담을 낮추는 전략이다.
투약 간격을 늘리면서 체중감소 효과도 확보했다. 간앤리가 중국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 6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52주 평균 체중감소율은 24㎎군 15.12%, 48㎎군 18.54%였다. 48㎎군에서는 98.1%가 체중을 5% 이상 줄였다. 주요 이상반응은 위장관 증상으로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도였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JW중외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팡글루타이드의 국내 비만 적응증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승인을 받으면 연내 비만·과체중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며 2029년 임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2주 1회 투여라는 차별화된 편의성이 보팡글루타이드의 강점"이라며 "글로벌 임상을 통해 경쟁력을 검증받은 후보물질을 국내 시장에 도입해 비만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후속 비만치료제 경쟁이 시장 진입 경쟁을 넘어 차별화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하며 시장을 확대했다면 후발 주자들은 효능과 안전성, 투약 편의성 등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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