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 끝났다.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CU 지부가 합의에 도달했고, 막혔던 물류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나온 도시락과 김밥이 물류센터를 거쳐 점포로 들어오며 비어 있던 매대를 채운다. 평소 모습을 되찾고 있지만 남은 숙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BGF리테일의 대응은 빨랐다. 결품으로 팔지 못한 몫과 폐기된 상품 비용을 계산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위로금을 별도로 더한다. 점포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겉으로 보면 상황은 정리된 듯하다.
현장은 다르다. CU 점주협의회는 화물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보상 지원에도 갈등은 남아 있다.
파업이 끝난 뒤에 긴장이 이어지는 흐름은 단순한 노사 갈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협상은 위에서 마무리됐고 보상은 별도로 이뤄졌다. 정리는 됐지만 현장의 불만과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주체를 나란히 놓고 보면 더 분명해진다. BGF리테일, BGF로지스, 화물연대 CU 지부, 점주협의회. 협상은 물류와 노조가 맡았고 본사는 수습과 보상을 담당했다. 매장은 결과를 받아야 했다. 모두 연결돼 있지만 역할은 다르다.
문제는 이 연결이 끊기는 순간 드러난다. 물류센터가 막히자 점포로 이어지던 상품 흐름이 멈췄다. 삼각김밥과 도시락이 빠지고 간편식 매대가 비었다. 매출은 곧바로 흔들렸다. 더 큰 변화는 고객의 이동이었다. 비어 있는 매대를 경험한 손님은 다른 매장을 찾는다.
점주들은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었다. 협상 테이블에도 없었고 물류를 조정할 권한도 없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가장 먼저 받아야 했다. 유통의 구조가 이렇게 작동한다. 위에서 내려온 결정은 결국 매장에서 현실이 된다.
BGF리테일은 손실을 빠르게 메웠다. 결품과 폐기 비용을 보전하고 위로금을 더했다. 기업의 역할로 보면 충분한 대응이다. 다만 그 보상은 이미 발생한 손실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문다. 손실이 왜 특정 지점에 집중됐는지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점주협의회가 소송을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 발생한 약 140억원의 부담이 누구에게 쌓였는지 묻고 있다. 보상은 받되 책임은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어디서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그 결과의 비용을 누가 감당했느냐가 초점으로 남았다.
유통은 본사, 물류, 운송, 매장이 이어져 작동하는 구조다. 평소에는 계약으로 움직인다. 문제가 생기면 계약보다 책임이 먼저 드러난다. 그리고 그 부담은 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래로 내려온다. 싸움은 끝나도 그 비용이 남는 자리는 따로 있다.
필요한 것은 복잡한 해법이 아니다. 손실과 책임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물류 차질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협상 밖에 있는 점주 같은 현장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최소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기준이 없다면 같은 상황은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