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특별 강연을 통해 AI 시대 인재상의 변화와 국가 차원의 AI 전략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8일 방송된 KBS1TV '다큐 인사이트 –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에 출연해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현재 우리는 인간이 질문하면 답을 내놓는 '리즈닝 AI' 시대를 지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시기에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능력 차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 역시 AI를 얼마나 빨리,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더 장기적으로 인간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오게 되면 인간 사이의 지식과 생산 능력 격차는 오히려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현재는 어떤 두 사람의 능력치가 각각 10과 100으로 10배 차이가 나지만, AGI 시대에는 인간 모두에게 1000 수준의 능력이 기본적으로 더해지면서 각각 1010과 1100이 돼 상대적 격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따라서 미래에는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보다 인간과 AI를 어떻게 함께 활용하고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며 특정 분야만 깊게 아는 스페셜리스트보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스템과 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형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I가 업무 상당 부분을 대신하게 되면서 여러 역할과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잡이 가능해지고 기존의 '9 to 6' 중심 근무 방식과 정형화된 직업 개념 역시 점차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처럼 AI 시대 인재의 정의가 달라지는 만큼, 개인 역시 기존과는 다른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바디 스킬 등 이른바 '4가지 근육'을 제시했다.
그는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훈련은 이제 AI로 대체된다"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AI 시대에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며 "실패 이후에도 다시 적응하고 새로운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는 적응력과 회복력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AI의 공감능력은 상당히 제한된다" 면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 능력 역시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음악·미술·스포츠처럼 인간의 신체 활동을 통해 창출한 가치가 사람을 즐겁게 하거나 위로할 수 있다"며 바디 스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과 학교 시스템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AI와 공존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도 제안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경쟁력 있는 AI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속도 ▲규모 ▲안전을 제시했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고 대규모 AI 인프라와 투자를 확대해 규모를 키우는 한편, 국민들이 안전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기반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AI 공장 ▲모두를 위한 AI ▲AI 실험도시 구상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를 생산하는 AI 팩토리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AI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국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AI 포 올' 비전도 제안했다. 교육·행정·헬스케어 등 일상 전반서 생활 밀착형 에이전트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선제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AI City' 필요성도 강조했다. 완벽한 제도를 갖추기를 기다리기보다 전문가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산업·교육·행정 시스템 등에 AI를 적용해보는 '샌드박스' 형태의 실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강연에 이어 현장에 참석한 관객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며 AI 시대 진로와 교육 방향 등에 대한 생각도 공유했다.
그는 "의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틀렸다기 보다는, 공대와 과학기술 분야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는 하나의 직업이나 스킬만으로 평생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고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전인적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 분야 인재 육성과 관련해서는 "AGI 시대가 오기 전까지의 전환기를 잘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에서의 엔지니어 육성과 함께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인재는 단순히 공대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 세대가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 시스템 역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