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에 마련된 삼성2동 제5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뉴스1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완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석권하며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영남 일부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4년전 12곳에서 승리했던 국민의힘은 지방권력도 거의 내놓게 됐다. 야당의 '정권 견제론'보다 여당의 '정부 지원론'이 더 큰 지지를 얻은 결과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선거에서 국민은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이는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를 거치며 형성된 '기울어진 정치지형'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해 온 이재명 정부에 대해 유권자들이 우선 국정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에 무게를 실어준 결과인 것이다. 이로써 현 여권은 행정권력과 입법권력, 지방권력을 사실상 모두 확보했다. 민주화 이후 보기 드문 강력한 권력 기반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도 훨씬 탄력이 붙게 됐다.


그러나 이번 승리가 곧 무조건적인 신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은 곳도 일부 있었다.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 추진 등을 계기로 선거 막판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추격전은 정부·여당의 독주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이번 민심을 신중히 헤아리길 바란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승자의 오만'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지난 1년 동안 경제 회복과 실용 노선을 앞세워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현재의 경제 지표가 마냥 견고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초호황의 이면에는 자산 양극화와 물가 부담, 산업 간 격차라는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재명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절제된 자세로 국민 통합과 협치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대선과 총선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대부분 넘겨주게 된 국민의힘은 더 큰 혼돈의 상황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패배는 예견된 일이었다. 국민의힘은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으로 정권을 내준 뒤에도 반성과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혁신 노력은커녕 '윤석열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한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려고 했다. 전면적인 노선 전환과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보수의 재기는 요원하다.


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 속에 지방자치의 본질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에서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유권자들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챙기는 기초 의원·단체장 선출의 장이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소비된 것이다. 이제 여야 모두 당장의 승패를 떠나 민심의 흐름을 냉철히 읽어야 한다. 투표율(잠정 61%)이 4년 전보다 많이 높아진 것도 정치 본연의 조정 기능과 역할에 대한 민심의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긴 흐름으로 보면 민심은 늘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대외적 경제안보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위태한데, 언젠가부터 국론은 진영에 갇혀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합리적 중도 세력의 민심을 중심에 두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 세력이 결국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2028년 4월 총선까지 전국 선거가 없다. 정쟁과 갈등을 뒤로 하고 나라살림과 민생을 챙기는 협력과 경쟁의 장을 펼칠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