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을 보이는 반도체 산업을 놓고 대규모 이익을 분배하자는 제안과 구상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삼성전자 본사 모습./사진=뉴시스


'초과 이익을 나누자. 사회연대임금을 하자. 초과 세수를 국부 펀드에 넣자.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자. 지역 균형을 위해 공장을 짓자.' 초호황 가도를 달리는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이익을 분배하자는 논의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초과 이익 일부를 일반 대중에게 분배하기 위해 기본소득 지원금과 같은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 이익 논쟁은 신중해야 한다'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청와대는 향후 직면할 수 있는 시대적 과제를 말한 것이라고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본소득은 지난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거론한 '사회연대임금'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김 장관은 반도체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하청업체와 나눠 임금 격차를 축소하자면서 연대임금 논쟁을 촉발했다. 이후 논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초과 세수' 개념을 꺼내면서 국부 펀드에 넣어 미래 투자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며칠 전에는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초과 세수를 언급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쓰자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 인터뷰에선 초과 이익을 언급하며 자신의 오랜 정책 구호인 기본소득 개념을 다시 꺼낸 것이다.


기업이 거둔 초과 이익, 그리고 정부가 걷은 초과 세수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최근 논의에선 두 가지가 뒤섞이거나 함께 쓰이면서 혼란을 키운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적 지원을 한 축으로 삼아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 또 반도체 활황으로 늘어난 세금을 정부가 필요한 곳에 예산으로 책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얼마나, 어떻게 나눌지 정부 내부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혼란스러워하는 국민이 많다.

특히 초과 이익의 경우 명확한 개념 정립부터 필요하다. 아울러 재원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도 더 구체적이고 통일된 내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격차 해소, 미래 투자 등 다양한 활용처를 원한다면 그대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면 된다. 초과 이익의 기준과 규모, 용처를 정할 때도 이익 주체인 기업들과 대화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롭게 떠오른 반도체 공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이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환영론과 지역 안배를 벗어나 철저하게 기업 자율에 맡기라는 주문이 맞서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무조건 한국에만 짓는 건 아닐 수 있다"면서 일본을 후보 지역의 하나로 언급했지만, 김민석 국무총리는 한국에서 안 된다는 생각 대신 "어떻게 한국에서 되게 할 것인가를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정부와 주요 그룹 총수들의 간담회가 열린다고 한다. 기업 입장을 경청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을 제시해 국내 최적의 입지에 공장을 짓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일 수 있다.


이런 모든 논의에서 간과하면 안 될 것은 반도체 이익의 영속성 여부다. 지금의 호황을 새로운 밑천으로 삼아야 끊임없이 분배할 이익도 생길 수 있다. 파이를 키우는 전략보다 나누는 논의가 앞서면, 초과 이익도 반도체 신공장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