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으나 주요 교역 상대국별 성적표가 엇갈렸다. 사진은 지난 16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교역 상대국별 성적표는 엇갈렸다. 미국에 대한 흑자는 서비스수지 악화로 6년 만에 감소했고, 중국은 중간재 수출 둔화와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동남아시아에 대한 흑자는 확대되면서 지역별 명암이 뚜렷해졌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1230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년(999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 상품수지 흑자가 1380억7000만달러로 늘어난 데 힘입어 전년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역별로 보면 대미 경상수지는 1114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보다 흑자 규모는 55억5000만달러 줄었다. 2020년 이후 이어졌던 증가세가 6년 만에 꺾인 것이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수출 증가로 상품수지 흑자 폭은 1119억8000만달러로 확대됐지만 서비스수지 적자가 146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박성곤 한국은행 국제수지팀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관련 지식재산권 사용이 늘었고 글로벌 온라인 서비스 이용 확대에 따른 지급 증가도 서비스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도 일부 나타났다. 박 팀장은 "지난해부터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며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관세 대상 수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대중 경상수지는 253억2000만달러 적자로 적자 폭이 전년보다 확대됐다. 2022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다. 화공품과 철강제품 등의 수출 감소로 상품수지 적자가 338억4000만달러까지 커진 가운데 중국산 자동차와 가전제품, 정보기술(IT) 제품 수입은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다.

박 팀장은 "중국의 중간재 내재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수출이 둔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중국산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입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 경상수지 흑자…미국 관세 정책 영향 일부 기여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는 203억달러 적자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 증가로 상품수지 적자가 커진 데다 지난해 일본 방문객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서비스수지 적자 폭도 확대됐다.

반면 EU에 대한 경상수지는 244억2000만달러 흑자로 늘었다. 반도체와 승용차 수출 증가에 힘입어 상품수지 흑자가 확대됐고, 배당 지급 감소로 본원소득수지 흑자 폭도 커졌다.

박 팀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일부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으로 돌린 물량을 유럽으로 전환한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며 "EU의 친환경차 수요 확대와 맞물려 일부 기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에 대한 경상수지도 718억4000만달러 흑자로 확대됐다. 반도체 수출 증가와 함께 서비스수지가 적자에서 18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대만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관광객 증가와 사업서비스 수입 확대가 배경으로 꼽혔다.

중동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는 497억5000만달러로 축소됐다.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다.
금융계정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1402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 순매수가 늘면서 미국 비중은 전체의 77.8%에 달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도 525억4000만달러로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자 확대와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에 힘입어 국내 채권 투자 규모가 전년의 약 3배 수준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반도체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상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변수로 꼽았다.

박 팀장은 "관세 부과 품목 수출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대중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적자 폭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