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은 초동 대응이 사실상 결과를 결정합니다.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일관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19일 법무법인 대륜 소속 김대원 변호사는 현실의 학교폭력 분쟁 절차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적 제재 서사가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학교폭력 사건은 단순한 선악 구도로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 내 조사부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경찰 수사, 민형사 소송까지 얽혀 있는 구조다.
물리적 폭력이 없어도 학교폭력은 성립한다. 명예훼손, 모욕, 따돌림은 물론 학생에게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 피해를 줬다면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 실무상 판단 기준은 관계적 우위다. 가해 학생이 교우 관계, 학급 내 영향력, 신체조건 등에서 우월한 위치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피해를 줬다면 직접적인 폭행이 없어도 중대한 학교폭력으로 인정된다.
사건 초기 대응에서 가장 주의할 요소는 학생진술서다. 학교 요청으로 급히 작성한 최초 진술이 이후 절차 전반에서 높은 신빙성을 부여받는다. 당황한 상태에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까지 억지로 쓰거나 감정적으로 작성하면 위험 요소가 된다. 학폭위는 최초 진술의 일관성을 중시한다. 사후 진술 번복은 책임 회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김 변호사는 "1주일에서 2주일 뒤 이어지는 교육지원청 조사관 조사 과정에서는 보호자나 변호인 동석이 어려워 학생이 강한 압박감을 느낀다"며 "사전 준비를 통해 직접 경험한 사실과 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구분해 진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폭위 당일 진술로 결과를 바꾸려는 시도는 실효성이 낮다. 위원들은 사전에 조사보고서와 학생 진술서, 증거자료를 모두 검토하고 심의에 참석한다. 당일 절차는 새로운 사실 주장보다 반성 태도나 피해 회복 의지를 확인하는 성격에 가깝다. 실질적인 승패는 학폭위 당일 언변이 아니라 사전 제출 서면에서 갈린다.
학폭위 처분이 사건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폭행, 상해, 명예훼손, 성폭력 등 형법 위반 범죄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면 피해 학생 측에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 학폭위 절차와 독립된 경찰 수사가 개시된다. 사안에 따라 소년재판이나 일반 형사재판으로 이어진다.
학폭사건과 형사사건의 판단 기준은 상이하다. 학폭위는 행정 절차로서 학생들의 진술만으로 징계를 내릴 수 있다. 형사사건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자백을 뒷받침할 엄격한 보강 증거를 요구한다. 학폭위에서 중징계를 받았더라도 형사절차에서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학폭위 처분이 가벼워도 수사기관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행정소송이나 민형사상 소송으로 분쟁이 확산할 경우 객관적 증거가 결과를 결정한다"며 "메신저 대화 내용, 녹음 파일, 폐쇄회로화면 등 객관적인 증거가 재판의 승패를 가른다. 사건 초기에 사소하게 여겼던 자료라도 삭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도 사각지대로 인해 절차 진행이 가로막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학교폭력예방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할 교육청이 신고 접수를 반려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실 입증을 넘어 교육청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법리적 대응이 동반돼야 한다.
김 변호사는 억울하게 분쟁에 휘말릴 학생과 학부모를 향한 조언을 남겼다. 그는 "재판은 잘못된 결과를 바로잡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며 "가해와 피해 여부를 막론하고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치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기나긴 분쟁을 막는 최선의 방어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