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29일 새벽 5시 31분. 이제 막 해가 떠올라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각, 한 소년이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E주유소 앞을 홀로 뛰다시피 지나갔다. 이 소년은 연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마치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시대]가 입수한 E주유소 CCTV를 보면, 새벽 5시31분37초와 45초, 그리고 51초 등 14초 사이 세 번이나 이 소년은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아마도 그가 쳐다본 곳은 이 주유소에서 수십m 떨어진 Y교회였을 것이다.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곳. 그에겐 집이나 다름없는 그곳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며 어스름한 새벽 그는 어디로 가려 했을까.
열두 살 현수(가명)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교회 목사와 현수의 외할머니는 이날 오전 7시20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1시간 40분 뒤인 오전 9시 현수는 인근 식당에서 발견됐다. 식당 주인은 "열 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밥을 먹고 있는데, 집을 못 찾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수를 그대로 교회로 인계했다. 그리고 이달 2일과 3일 현수의 얼굴과 몸에서 학대 흔적을 발견한 시민 2명이 각각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이번에도 경찰은 현수를 교회로 돌려보냈다. 강제 분리 조치는 없었다. 이어 사흘간 교회에서 결박 상태로 있던 현수는 6일 새벽 하늘의 별이 됐다.

공교롭게도 현수가 태어난 해인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처음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난 12년 동안 법을 12번 고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 의무 신고자의 범위를 넓혔다. 경찰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조사 권한은 커졌고, '즉각 분리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현수를 살리지 못했다. 경찰도, 공무원도 현수 사건 앞에서 무기력하긴 마찬가지였다.
[시대] 취재 결과 현수와 관련한 112신고는 지금까지 12번이 있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만 2021년 12월1일, 2024년 3월14일, 그리고 올해 8월 2일과 3일 등 모두 4건이었다. 또 현수를 데리고 있다는 보호조치 및 위험방지 신고도 4건 있었다. 현수가 없어졌다는 실종신고도 2번 있었다. 현수가 숨지기 직전 병원 응급실에서 학대 흔적을 발견한 의료진의 중복 신고 2건까지 합쳐 12건이 현수를 살리기 위한 SOS 신호였다. 하지만 이 많은 신호 역시 현수를 살리지 못했다. [시대]는 현수 앞에서 수많은 제도와 인력이 왜 멈춰섰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현수 사건을 추적했다.
학교에서 아동학대 2번 신고하자 전학시킨 외조모
2014년 현수는 미혼모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그리고 외할머니를 통해 교회에 맡겨진 것으로 보인다. 현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동네 주민은 [시대]에 "최근에는 본 적이 없지만 5~6년 전엔 교회를 다니는 신학교 학생들과 함께 마트에 몇 번 온 적이 있다"며 "잘 뛰어다니고 말도 잘해 장애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현수는 2025년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현수가 일곱 살이던 2021년 12월 1일 처음 아동 방임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다. 그해 3월 현수는 S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현수는 자주 결석했다. 이때 담임교사가 두 차례 현수 가정을 방문한 기록이 남아 있다. 교사는 아동학대처벌법상 방임을 포함해 아동 학대가 의심될 경우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아마도 가정방문 이후 현수에 대한 방임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현수가 아동 학대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공 관리 영역에 들어온 순간이다.
현수가 일곱 살이던 2021년 12월 1일 처음 아동 방임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다. 그해 3월 현수는 S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현수는 자주 결석했다. 이때 담임교사가 두 차례 현수 가정을 방문한 기록이 남아 있다. 교사는 아동학대처벌법상 방임을 포함해 아동 학대가 의심될 경우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아마도 가정방문 이후 현수에 대한 방임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현수가 아동 학대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공 관리 영역에 들어온 순간이다.

하지만 방임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별다른 조사 없이 혐의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이미 양육자였던 외할머니가 교회 목사에게 현수의 양육을 맡긴 상태고, 학업을 재개해 교육적 방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천안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현수와 관련해 3차례 조사한 뒤 방임 학대 징후가 있다고 보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사례 관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례 관리는 1년여 만인 2022년 12월 28일 끝났다. 통상 아동학대 위험 요소가 감소하면 사례 관리를 종결한다. 첫 번째 방임 신고는 그렇게 현수 삶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현수가 열 살이 된 2024년 3월14일 이번엔 신체적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 방임을 넘어 첫 번째 아동 폭행 신고였다. 이번에도 학교에서 신고가 이뤄졌다. 당시 현장 조사를 나간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신체 여러 분위에 학대 흔적이 있었다. 외관상으로 학대 흔적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는 경찰이 외할머니를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해 처벌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외할머니를 현수에게서 분리하진 못했다. 서류상으로 외할머니는 현수와 함께 살지 않는다. 동네 주민들에 따르면 현수는 Y교회에서 생활하고, 외할머니는 Y교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당연히 외할머니는 수시로 교회로 와 현수를 학대할 수 있었지만, 서류상 따로 살고 있어 더 이상의 분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신고 때문인지 현수는 그해 8월 Y초등학교 전학을 갔다. 이사를 가게 돼 전학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하지만 현수가 사는 곳은 Y교회에서 바뀐 적이 없다. 아마도 위장전입을 통해 전학시킨 것으로 보인다. 학교를 옮긴 외할머니는 현수의 장기입원을 이유로 교육청에 취학 의무 면제 신청을 했다. 초·중학교는 누구나 예외 없이 의무교육이다. 다만 질병 등 부득이한 경우 의무교육을 면제받을 수 있다.

Y초등학교는 현수의 진단서와 소견서 등 취학 면제 신청 서류가 완비되자 의무교육관리위원회를 열어 현수의 취학 면제 신청을 받아들였다. Y초등학교 교감 A씨는 [시대]에 "외할머니에게 취학 면제보다 특수학교 전학을 적극 권유했다"고 했다. A씨는 "특수학교에는 기숙사도 있고, 장애아동끼리 교류하면 정서 발달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현수 외할머니에게) 말씀드렸다. 비용도 전액 국가 지원이니 전학을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외할머니께서 거절했다.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수는 결국 초등학교 6학년이 돼야 할 올해 취학이 면제됐다. 본인 뜻과 무관하게 '학교 밖 청소년'으로 밀려난 것이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현수가 그 이후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112신고를 통해서만 확인된다.
[천안 교회 아동학대 사건 추적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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