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만으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은 25일 서울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경제 전망, 기회와 리스크의 분기점' 세미나 참가자들. /사진=이예빈 기자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한국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장과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 성과가 국내 투자와 산업 생태계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면 일시적 호황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영웅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5일 서울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경제 전망, 기회와 리스크의 분기점' 세미나에서 "현재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한국 경제에 기회이자 동시에 리스크"라며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이는 2년 만에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 1.8% 가운데 반도체 부문 기여도가 1.0%포인트에 달하는 등 성장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도 연구위원은 현재 반도체 시장이 통상적인 경기 순환을 넘어선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기준 세계 반도체 매출 증가율이 과거 평균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의 호황이 가격 상승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도 연구위원은 "최근 반도체 호황은 물량 증가보다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다"며 "D램 가격 급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지만 가격이 주도하는 호황은 언제든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3.8% 가운데 약 1.7%포인트가 반도체에서 비롯됐으며 수출 증가분의 약 75%도 반도체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고용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반도체 산업의 위험 요인으로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AI 투자 버블 논란▲중동발 공급망 충격 등을 제시했다.

현재의 반도체 호황을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경기 변동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산업"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 전 과정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확보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프라이스 세터(Price Setter)'가 돼야 한다"고 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3년간 누적 영업이익 규모가 약 280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민연금 운용자산을 웃돌 정도로 막대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은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향후 수년간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주요 고객사와 체결하는 장기공급계약(LTA)에 가격 조건이 포함되면서 과거보다 실적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사이클의 변동성도 과거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공장을 증설하고 국내에 재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해외에 투자하는 것보다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더 유리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확대된다면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