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개장 30주년 기념식을 1일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던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염윤경 기자

개장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시장이 새로운 성장 과제로 '체질 개선'을 꺼내 들었다. 코스닥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을 위해 부실기업 퇴출, 우량 혁신기업 상장 확대, 세그먼트 개편 등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코스닥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와 벤처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부실 기업 빼고 혁신 기업 더한다"

정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1996년 출범한 코스닥시장은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외환위기 속에서도 벤처 부흥을 이끌고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 첨단 분야의 유망 중소기업을 조기에 발굴하며 혁신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고 짚었다.


다만 정 이사장은 "코스닥시장에는 빛과 그늘이 함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례 없는 자본시장 호황에도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 코스닥과 코스피로 이어지는 선순환 동반 성장 구조가 아직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원인을 찾기 전에 우리 스스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코스닥 시장 개혁의 핵심으로 부실·한계기업 퇴출을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누적된 한계기업은 시장 전체의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불공정거래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한계기업의 조속한 퇴출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실 기업이 빠진 자리는 혁신 기업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정 이사장은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확대해 AI(인공지능), 방위산업 등 혁신기업들이 적기에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이를 통해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 구조 개편도 예고했다. 정 이사장은 "승강형 세그먼트 등 시장 구조를 개편해 코스닥 시장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며 "세그먼트 도입 과정에서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적극 청취해 갈등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코스닥시장 구조적 체질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진=염윤경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코스닥시장의 구조적 체질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1996년 첫걸음을 내디딘 코스닥시장은 개장 초기와 비교해 상장기업은 5.4배, 시가총액은 73배, 거래대금은 7000배 증가했다"며 "이제 서른살의 어엿한 청년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스닥이 국민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자 혁신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성장주 투자의 종착지이자 세계 최고의 기술주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금융위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기반을 넓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소액공모 한도 확대, 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며 "국민성장펀드의 직접·간접 투자와 2조원 이상 세컨더리 펀드 조성 등을 통해 투자 회수와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코스닥 시장 내 우수기업을 선별하는 세그먼트 개편도 추진된다. 이 위원장은 "세그먼트 분류를 통해 대표 기업을 선별하고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 지수 편입 지원, ETF(상장지수펀드) 개발 등을 연계하겠다"며 "우수기업이 다른 시장으로 이전할 이유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 신뢰 회복 위한 투자자 보호도 강화"

투자 기반 확대 방안도 제시했다. 금융위는 연기금,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코스닥 벤처펀드 등 장기·안정적 투자 기반을 확충하고 맞춤형 IR(기업설명회), 리서치 보고서 확대를 통해 투자자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투자자 보호 장치도 강화된다. 이 위원장은 "오늘부터 동전주와 시가총액 기준 등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집중관리기간을 통해 부실기업을 신속하고 질서 있게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오는 11월부터는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을 공표하고 '저PBR' 태그를 부착하거나 기업가치 제고 개선 계획을 밝히도록 해 기업 스스로 체질 개선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고 공언했다.

불공정거래 대응도 강화한다. 금융위는 확대 개편된 주가조작 합동대응단과 신고포상금 제도를 바탕으로 불공정거래 적발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예외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코너스톤 투자자와 사전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통해 투자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오기형 위원장은 코스닥 시장 신뢰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염윤경 기자

오기형 위원장은 코스닥 시장 개혁이 단순한 지수 부양이 아니라 신뢰 회복의 문제라고 짚었다. 오 위원장은 "자본시장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며 "방향은 맞는 것 같지만 경로나 속도가 예상대로 가고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고 많은 변화와 진통 속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코스피가 급격히 상승한 큰 동력은 정책만이 아니라 실적"이라며 "코스닥 시장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시장 신뢰를 얻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실기업과 혁신기업을 구분해내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고 있다"며 "금융위원장과 거래소 이사장이 밝힌 방안들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고 제도적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는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