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에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의 수혜 기대감이 높아진다. 글로벌 시장을 독점 중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항해 저비용·고효율의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대체제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추론 시장은 개방형 생태계"라며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모빌린트 등 국내 NPU 기업들을 언급했다. 수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국산 AI 칩을 정부 주도 인프라에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오는 올해 글로벌 AI 지출은 2조5000억달러(약 3888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서버·가속기·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GPU 매출의 약 86%는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으며 AMD(10%)와 인텔(4%)이 뒤를 잇는다. 엔비디아는 AI 추론 칩 시장에서도 7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NPU 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로 인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AI 기술의 중심축이 서비스 구동을 위한 추론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고성능·저전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국산 NPU가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대체제로 주목받는 추세다.
엔비디아의 국내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산 NPU 성장 생태계 확보는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정부의 이번 프로젝트가 데이터센터 인프라 건설과 직접 맞물리는 만큼 그동안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메가프로젝트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국내 대표 NPU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꼽힌다. 양사는 각각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6000억원, 8000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유치하며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과의 통합법인을 공식 출범한 리벨리온은 기업가치 3조원 이상의 국내 최초 AI 반도체 유니콘이다.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칩 아톰(ATOM)과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칩 리벨(REBEL) 등 통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이번 정부 프로젝트에서 국내 메모리 및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국산 공급망 기반의 AIDC 인프라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도 지난해 유니콘 반열에 등극했다. 퓨리오사AI는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추론용 NPU 레니게이드(RNGD) 양산에 돌입했다. 최대 180W 수준의 전력 설계(TDP)를 기반으로 성능 대비 전력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미 삼성, LG 등 국내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상용화 검증을 마쳐 기술적 안정성을 입증했으며 이번 프로젝트를 대형 사업 기회로 삼아 국내외 AIDC 공급 사업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사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발표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이 아닌 기존 제품 로드맵의 연장선상에서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성공적인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외산 제품에 의존하기보다 국산 AI 반도체 중심의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이미 공공 및 제조 분야에서 기술검증(PoC) 경험을 축적한 만큼 향후 피지컬 AI나 데이터센터 관련 공공사업에서 NPU 활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퓨리오사AI 관계자 역시 "정부의 발표가 당사의 기존 사업 방향과 직접적으로 부합해 기대감이 크다"며 "기존 핵심 역량을 메가프로젝트 인프라에 안착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해 정부 과제가 빠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돕고 데이터센터 제품 도입과 확산 과정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