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각) 발생한 베네수엘라 연쇄 강진 이후 생존 골든타임이 지나자 구조 작업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이에 현지에서는 정부 늑장 대응을 향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72시간 골든타임 지나…구조 작업 결국 종료 잇달아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베네수엘라 지진 발생 엿새째를 맞았다. 생존 골든타임(72시간)마저 지나 구조 작업이 잇따라 종료되고 있다. 에콰도르 구조팀 호르헤 몬타네로 소령은 40시간 넘게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생존 신호가 끊기자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라며 구조 중단을 선언했다. 국제구호위원회(IRC)는 여전히 수만명이 실종된 상태라며 "현재 대응 규모가 인도적 필요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 최소 1943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약 1만6000명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같은날 로이터에 따르면 야권이 운영하는 실종자 집계 사이트 기준으로 실종자는 약 4만3000명에 달한다.
피해는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달 30일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분석을 인용해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이 유럽우주국(ESA) 센티넬-1 위성 레이더 영상을 분석한 결과 건물 약 5만8870채가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개한 공식 피해 규모와 차이를 보인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건물 855채가 지진 피해를 입었고 이 중 189채가 붕괴됐다고 밝혔다. 이에 가디언은 위성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실제 피해 규모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늑장 대응에 분노한 시민들
현지에서는 정부의 늑장 대응과 재난 대비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조 골든타임이 지나도록 중장비와 구조 인력이 제때 투입되지 못하자 시민들의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가디언에 따르면 실종된 할머니를 찾고 있는 다니엘라 망기아피코씨는 "도움이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의 여동생 제니퍼 망기아피코는 지난달 30일에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며 "정부는 우리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사람 손으로는 더 이상 잔해를 치울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집을 잃고 친척 집에 머무는 라오니 이사기레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무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분노는 정부 관계자에게 향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수도 카라카스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당시 시민들은 "정부는 국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항의와 야유를 보냈다.
"이재민들 밥은 먹여야지"…절망 속에서도 시민들 연대 빛나
정부 대응과 별개로 시민과 국제사회 자발적 연대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내고 있다.
라과이라 주민 아이스마르 로페스는 지난달 30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밥 먹을 때마다 굶는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서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연이은 강진에서도 비교적 집 피해가 적었던 그는 매일 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피소에서 피해자들에게 식사를 나누고 있다.
전국 자원봉사자들도 생수·음식·화장지·비누 등 생필품을 싣고 피해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의료진과 의대생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분홍 여단'과 해외 의료진도 이재민 지원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분홍 완장을 차고 임시 대피소를 돌며 고혈압과 탈수, 신경 쇠약에 시달리는 이재민들을 돌보고 약품을 나눠주며 구호 활동에 힘쓰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라과이라 지역 1200명에게 곡물, 건조 콩, 렌틸콩, 식물성 기름 등 한 달 치 식량을 제공하고 임시 급식소를 설치했다. 또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50만명에게 긴급 식량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5000만달러(약 775억원) 지원금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