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여성 국회의원을 겨냥한 모욕적 딥페이크 이미지 유포 사건은 우리 사회에 혐오와 조롱이 얼마나 깊숙이 퍼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혐오의 확산에 정치가 얼마나 큰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새삼 일깨운 사건이었다. 이는 정치적 풍자로 치부할 수 없는 중대한 디지털 성범죄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인공지능 창작물이 지닌 위험성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혐오와 조롱에 짓밟히는 인격권'이라는 주제로 3회에 걸쳐 보도한 '시대 리포트'에서 지적했듯, 이번 사건은 가해 혐의자가 같은 정당 소속 당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 과정에서 동료를 겨냥해 저질스러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정치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상대 정치인을 비판하고 공격할 수는 있지만, 상대의 인격을 짓밟는 폭력만큼은 결코 정치의 이름으로 용인돼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해당 당원을 즉각 제명했지만, 이는 정당 내부의 징계로 끝날 일이 아니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다. 딥페이크 범죄가 급증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상대 진영을 겨냥한 가짜뉴스와 악의적 편집 영상을 묵인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소비해 왔다. 그 과정에서 혐오를 동원한 정치가 반복됐고, 디지털 범죄의 토양도 함께 커졌다. 딥페이크 기술이 허위정보를 넘어 성범죄물로까지 진화해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까지 정치권 역시 이를 방조하고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의 본령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를 통합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배재고 응원가' 논란이나 스타벅스 '탱크 데이' 마케팅 논란에서 드러났듯 혐오와 진영 대결을 부추기며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하고 갈등을 심화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인격 살해'나 다름없는 이번 딥페이크 사건 역시 그런 왜곡된 정치 풍토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도 정치권도 디지털 범죄 기술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실효성 없는 사후 처벌에만 의존해 왔다. 해외 플랫폼의 비협조를 핑계로 국민을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하면서 불법 콘텐츠에 대한 제재는 턱없이 미흡했다. '인격권'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 실행 가능한 차단·삭제 장치 등 딥페이크 피해 방지 법안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혐오와 조롱을 정치적 동원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정치권의 초당적 자정 선언도 뒤따라야 한다. 정치만 달라져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