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끝내 길을 찾지 못했다.
스페인은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연장 끝에 1대0으로 꺾고 16년 만에 세계 정상으로 돌아왔다. 후반까지 아르헨티나에 슈팅을 허용하지 않았고, 연장 전반 16분, 교체 투입된 페란 토레스가 결승골을 넣었다. 39세의 메시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큰 무대에서 제대로 된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스페인의 첫 번째 황금기는 2008년 시작됐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사비,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처럼 작지만 기술과 판단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중심에 놓았다. 짧은 패스와 위치 교환으로 상대를 끌어낸 뒤,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가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스페인은 유로 2008 결승에서 독일을 1대0으로 꺾었다.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이 축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공을 오래 소유해 상대의 공격 기회를 줄이고, 잃는 순간에는 즉시 압박해 되찾았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연장 승부 끝에 네덜란드를 1대0으로 누르고 사상 처음 우승했다. 유로 2012 결승에서는 이탈리아를 4대0으로 완파했다. 유로-월드컵-유로를 연속 제패한 최초의 팀이었다.
그러나 성공 공식은 곧 족쇄가 됐다.
황금기의 패스에는 침투와 속도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패스 자체가 목적처럼 변했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상대 수비를 흔드는 측면 돌파와 뒷공간 침투는 줄었다. 상대도 중앙을 촘촘히 닫고 공을 빼앗은 뒤 높은 수비라인 뒤를 빠르게 공략하는 법을 익혔다.
2014년 월드컵에서 몰락은 현실이 됐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에 1대5, 칠레에 0대2로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8년에는 러시아, 2022년에는 모로코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모두 승부차기에서 물러났다. 공은 지배했지만 경기까지 지배하지는 못했다.
부활을 이끈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티키타카를 버리지 않았다. 대신 절대적인 교리에서 하나의 도구로 바꿨다. 연령별 대표팀을 오래 이끈 그는 유명세보다 역할과 균형을 중시했다. 로드리가 중앙을 통제하고, 라민 야말과 니코 윌리엄스가 측면을 넓혔다. 중앙이 막히면 바깥을 돌파했고, 상대가 측면으로 이동하면 다시 안쪽 공간을 찔렀다.
유로 2024에서 스페인은 과거와 달리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전에서는 137경기 만에 처음으로 상대보다 적은 패스를 기록하고도 3대0으로 이겼다. 필요하면 짧게 연결했고, 공간이 열리면 두세 번의 패스로 골문까지 전진했다. UEFA 기술 보고서도 스페인의 측면 활용과 압박, 교체 선수들의 영향력을 핵심으로 꼽았다. 스페인은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2대1로 꺾고 통산 네 번째 유럽 정상에 올랐다.
2년 뒤 월드컵에서는 이 축구가 완성됐다. 스페인은 공을 가진 순간뿐 아니라 잃은 뒤의 몇 초까지 지배했다. 결승에서도 메시와 일대일로 싸우지 않았다. 그가 공을 받는 위치와 방향, 동료와의 거리, 패스가 들어오는 시간을 통제했다. 세계 최고의 공간 해석자를 막기 위해 그 공간으로 공이 연결되는 시간을 없앤 것이다.
메시는 여전히 길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은 공이 도착하기 전에 그 길의 문을 닫았다.
2010년의 티키타카가 공을 소유해 세계를 지배했다면, 티키타카 2.0은 패스와 드리블, 측면 공격과 전방 압박을 상황에 따라 선택한다. 스페인은 과거를 버려서 부활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철학을 지키면서도 그 철학의 포로가 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다시 무적함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