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수식어 하나로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1985년 완공 당시 아시아 최고층 빌딩으로 이름을 올렸던 63빌딩은 여의도라는 지명 자체와 동의어처럼 쓰이며 한 시대의 스카이라인을 대표했다. 하지만 2012년 서울국제금융센터(IFC)가 들어서고 2021년 더현대 서울과 연결된 파크원타워가 들어서며 여의도 상권의 중심축은 서쪽으로 이동했다. 63빌딩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지만, 새로운 상권의 화려함 속에서 과거의 상징으로 밀려나는 듯 보였다.
최근 이 흐름에 변곡점이 찍혔다. 프랑스 파리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퐁피두센터의 세 번째 해외 분관이 63빌딩에 들어서면서다. 옛 아쿠아플라넷 자리를 리모델링해 지상 4층, 500평 규모의 전시실을 갖췄다. 개관전에는 피카소, 브라크, 샤갈 등 거장의 작품이 내걸렸다. 63빌딩이라는 전통의 하드웨어에 세계적 문화 콘텐츠가 얹힌 셈이다.
미술관 개관은 건물 전체의 재정비로 이어졌다. 지상 상업 공간은 '웰컴 스트리트', '고메 스트리트'로 구역을 나눠 관람·쇼핑·식사를 한 동선으로 묶었다. 고층부 레스토랑도 리뉴얼했다. 문화 콘텐츠로 발길을 모으고 미식 인프라로 체류 시간을 늘리며 63빌딩이 여의도 랜드마크의 자리를 되찾을 채비를 하고 있다.
까폼(63빌딩점)
퐁피두센터와 연결된 상업시설은 식음료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단일 동선에 조화롭게 배치된 점이 특징이다. 미식 라인업만 보더라도 도쿄 타베로그 1위 라멘집의 국내 1호점을 비롯해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평양냉면 전문점, 가로수길 출신의 한식 다이닝이 나란히 자리하며 정교한 큐레이션을 완성했다. 식사 공간 사이사이에는 북유럽 감성의 라이프스타일 숍과 서브컬처 편집숍, 기프트 매장, 아티스트 엽서를 다루는 박물관형 공간을 배치해 관람과 쇼핑, 미식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도록 설계했다.
퐁피두센터 지하 고메 스트리트에 입점한 '까폼'은 압구정 지하 골목에서 시작한 태국 전문점이다. 태국인 셰프를 중심으로 현지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태국 정부가 정통성을 인증하는 '타이셀렉트' 레스토랑으로, 태국 국제무역진흥국(DITP)이 주관한 타이셀렉트 레스토랑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한국 대표 레스토랑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대표 메뉴는 태국 동북부 이산 지역 스타일의 돼지 등뼈 요리인 '랭쌥'이다. 양파, 마늘, 후추, 피시소스와 함께 고아낸 돼지 등뼈에 다진 마늘, 청양고추, 라임즙, 고수를 섞은 매콤한 소스를 올린다. 강한 마늘 향과 새콤매콤한 풍미가 어우러져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직접 갈아서 만드는 타마린드로 단맛과 산미의 균형을 잡은 '오리지널 팟타이', 죽순과 고기를 피에 말아 바삭하게 튀겨낸 태국식 춘권 '뽀삐아텃'도 인기다.
파작(PAZAC) 여의도점
서울 청계천 인근 골목에서 시작한 '파작'은 400도 이상의 화덕 오븐에서 주문 즉시 구워내는 나폴리식 피자 도우 기반의 샌드위치 전문점이다. 빵 베이스는 가볍고 바삭한 크로스타와 폭신하고 부드러운 누볼라 중 선택할 수 있다. 최고급 이탈리아산 밀가루를 저온 발효해 소화가 잘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메뉴는 루꼴라, 토마토, 생 모짜렐라, 레몬 비네그렛, 그라나파다노를 곁들인 'RTM'과 7일간 염지한 수제 잠봉에 트러플, 허니버터를 더한 '잠봉 트러플 허니버터'다.
라멘야시마
일본 도쿄 니시신주쿠에서 시작해 일본 최대 맛집 리뷰 사이트 타베로그의 도쿄 라멘 부문 1위에 오른 '라멘야시마'의 국내 1호점이다. 오픈 직후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 메뉴는 간장 베이스의 '시로쇼유라멘'다. 염도와 감칠맛의 균형이 잡힌 수프와 면발이 조화를 이룬다. 사이드 메뉴인 '차슈 고항'과 '모찌 교자'는 라멘과 즐기기 좋다.
워킹온더클라우드
63빌딩 59층에 위치해 서울 도심과 한강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뷔페 형태로 모던 이탈리안 안티파스티 바와 메인 요리를 함께 즐기는 소셜 다이닝 공간 '가든'과 고객 맞춤형 코스 및 와인 페어링을 선보이는 '클라우드'로 구역을 나눴다. 특히 '가든'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다양한 이탈리안 요리와 디저트 바를 이용할 수 있어 가성비가 높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