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가 상습 정체를 겪고 있는 케이블카를 대신해 곤돌라 설치를 추진했지만 케이블카 운영업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17일 2심에서도 패소하면서 사업 지속 여부가 일단 불투명해졌다. /뉴스1/



서울 남산은 연평균 방문객이 1200만 명에 이르는 시민 휴식 공간이자, 한류 붐을 타고 세계 각국 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문제는 이런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정상부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1962년부터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온 한국삭도공업이 48인승 캐빈 2대만 왕복 운항하고 있어 주말과 관광 성수기마다 심한 정체가 빚어진다. 지난해 케이블카 이용객은 170만 명에 그쳤다.
교통 약자에게는 접근 자체가 더 큰 장벽이다.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 등이 케이블카를 타려면 가장 가까운 명동역을 기준으로 7개 교차로를 지나 약 850m를 이동해야 한다. 서울시가 지하철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에서 출발하는 곤돌라를 설치해 수송 능력과 접근성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 한 이유다. 계획대로라면 10인승 캐빈 25대가 순환 운행해 시간당 2000명 이상을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한다. 시민과 관광객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교통 약자의 접근권을 개선한다는 사업의 공익적 취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남산의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하자 케이블카 운영사 측이 2024년 9월 도시관리계획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해 10월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효력을 중단했고, 이후 곤돌라 공사는 2년째 중단됐다. 지난해 1심에 이어 17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도 서울시가 패소하면서 사업 재개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공익을 앞세운 서울시로서는 답답할 수 있다. 60여년 독점 기업의 손을 들어준 1,2심 판결이 아쉬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공익적 목적을 가진 사업이라도 법과 절차를 뛰어넘어 추진할 수는 없다. '법적 관문'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그렇다고 남산 곤돌라 사업을 여기서 접을 일도 아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곤돌라 사업의 필요성 자체라기보다 이를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할 수 있느냐는 법적·행정적 절차에 있었다. 서울시는 대법원 상고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 가운데 하나가 공원녹지법 시행령을 정비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궤도·방재시설의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이미 입법예고했지만 후속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이 개정이 이뤄지면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된 용도구역 변경 없이도 곤돌라 사업을 추진할 길이 열릴 수 있다. 서울시가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 제기에 그칠 게 아니라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제도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국토부 역시 서울시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며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서울시장이 야당 소속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중앙정부의 판단에 끼어들 여지도 없어야 한다. 시민과 관광객의 편익, 교통 약자의 이동권이라는 공익 앞에서 여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머리를 맞대고 적법한 사업 재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도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토부의 합리적인 요구와 역할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법원 판결은 존중하되,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행정의 책임이고 정치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