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의 고위직 인사 검증은 과연 무엇을, 얼마나 들여다볼까. 낙점과 낙마를 가르는 판단의 기준은 또 어떠할까. 역대 정부마다 비밀스러웠고, 그래서 늘 궁금했다. 과거 정부에서 검증을 관장한 인사와 얘기를 나눴다. 힌트를 얻을까 해서였다. 그가 전한 검증 체계는 이랬다. "추천팀이 후보를 올리면, 검증팀이 움직인다. 공무원 출신은 축적된 인사 카드가 있다. 그것부터 본다. 여기에 경찰이 수집한 평판 정보, 이른바 '세평'도 붙는다. 당사자에겐 부동산, 병역, 논문 등을 묻는 대량의 질문지도 보낸다. 이를 국세청, 국토부 자료와 대조한다." 핵심은 한 사람을 두고 동원 가능한 검증의 그물을 최대한 치는 데 있었다.
정부가 바뀐다고 검증의 기본 문법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세부 방식은 다를지라도 자료를 뒤적이고, 세평을 듣고,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 검증 수단은 비슷했다. 하지만 고위직 낙마는 때마다 되풀이됐다. 그럴 때마다 검증 그물은 한 겹씩 더욱 촘촘해졌다. '자가 검증'만 보자.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질문을 150개에서 200개로 늘렸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병역, 부동산, 위장전입 등 '7대 비리'를 포함해 65쪽에 걸쳐 186개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지금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출범 이후 이진숙 교육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을 놓고 시끄러웠다. 그러자 지난해 9월 인사 수석실을 신설해 철저한 검증과 인선을 약속했다.
그런데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다시 터졌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문제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결격 사유로 보지 않았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다. 앞서 대화했던 전 청와대 인사는 김 후보자의 경우 문제의 '코로나19 신약 청탁' 사건과 관련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을 언급했다. 통상 기소유예는 커다란 결격 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사건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실수를 저질렀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의견은 추정일뿐이다. 문제는 이런 추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청와대가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문제로 봤으며, 어떤 판단을 거쳐 후보자를 골라 발표했는지 국민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국민 눈높이에 부족함이 없게 검증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후보자 신상을 샅샅이 파악하고, 자기 검증 질문을 늘린다고 인사 시스템이 완벽해지는 건 아니다. 이제는 검증 내용을 적절한 방식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 검증이 청와대 안에만 머무는 '블랙박스'로 끝나면 언제든 또 다른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검증 결과의 공개에는 여러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 확인되지 않은 세평, 명예 훼손 여부 등이 그렇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원자료 대신 검증 항목과 기준, 흠결 유무, 결격 사유로 결론 내지 않은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면 된다. 시민단체들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는 만큼 이참에 사회적 논의에 부쳐볼 만도 하다. 검증의 강화 못지않게, 검증의 과정과 결과를 잘 보여줘야 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공무원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무원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는 취지다. 고위직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인선에도 특별히 공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고위직 인사에선 항상 후보자 능력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손발을 맞출 참모가 필요할 때가 많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장·차관 323명을 분석한 단국대 융합사회연구소 연구가 있다. 임명된 장관들의 '충성심 지표'를 조사했더니 차관들보다 높았던 반면, 장관들의 '능력 지표'는 차관들보다 낮게 측정됐다. 결국 대통령들은 충성심 높은 장관을 선호하되, 능력의 손실은 차관을 통해 보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소리다. 고위직 인사에 이처럼 주관적 요인이 개입된다면 왜 대통령이 그 사람을 택했고, 어떤 흠결까지 감수하려 하는지 설명할 책임도 커진다.
특히 청와대가 검증 내용과 판단 근거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가운데 책임은 국회로 넘겨진다. 하지만 후보자의 오래된 의혹을 국회가 청문회에서 뒤늦게 찾아내고 다투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청문회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기 일쑤고, 사회적 비용과 낭비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부작용 속에서 아예 검증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법제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2023년 '성균관법학'에 실린 노은정 박사의 논문도 이런 제안을 담고 있다. 그는 후보자가 허위로 검증 답변을 하면 처벌하고, 국회가 청와대의 검증 결과서를 받아보게 하는 절차까지 마련하자고 했다. 모두 귀담아들을 만하다.
역대 정부는 인사 논란이 터질 때마다 검증 질문을 늘리고 조직을 손댔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갈 때다. 공식 지명한 후보자의 무엇을 확인했고, 주요 흠결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판단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쓴다는 것은 고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왜 그를 골랐는지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까지가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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