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맛과 조리법으로 살아남은 서울 삼계탕 명가 4곳을 소개한다. 사진은 원조호수삼계탕의 삼계탕. /사진=다이어리알

삼계탕이 복날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역사는 1세기를 넘지 않는다. 조선시대 복날 밥상의 주류는 서민층의 개장국과 양반가의 쇠고기 탕류였다. 닭은 백숙 형태로 소비되는 데 그쳤다. 18세기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연계백숙'(어린 닭을 삶은 음식)이 오늘날 삼계탕의 원형이다.

현재의 형태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계삼탕' 관련 기록에서 시작해 해방 이후 대중화됐다. 닭보다 인삼이 귀하다는 인식이 반영되며 이름의 앞뒤가 바뀌어 '삼계탕'이 됐다. 1960년대 인삼 재배 확대와 냉장 기술 보급으로 수삼의 안정적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인삼을 통째로 넣는 조리법이 확립됐다. 1980년대 이후 개고기 식용에 대한 인식 변화와 규제 강화로 개장국이 쇠퇴하자 삼계탕이 그 빈자리를 완전히 대체하며 국민 보양식으로 안착했다.


올여름 보양식 시장의 화두는 외식 물가 부담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지역 삼계탕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8154원으로 전년 대비 3.74% 상승했다. 서울 주요 전문점의 상당수는 이미 1만9000원에서 2만원대에 가격표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도 삼계탕 한 그릇으로 더위를 씻어내려는 마음은 여전하다. 다만 무거운 값을 치르는 만큼, 어디서 먹을지를 고르는 눈은 더 까다로워졌다.

원조호수삼계탕

원조호수삼계탕의 '삼계탕'. /사진=다이어리알

1990년 테이블 6개로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원조호수삼계탕'은 현재 본관, 별관, 별채, 2·3관을 아우르는 대형 매장으로 확장됐다. 창업주에 이어 아들 백운기 대표가 2대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다. 오피스 중심가가 아닌 평범한 골목 상권임에도 복날에는 하루 수천 명의 대기 고객이 몰려 전용 셔틀 차까지 운행한다.

메뉴는 삼계탕 단일 품목이다. 맑은 육수를 쓰는 일반적인 삼계탕과 달리, 들깻가루와 곡물을 곱게 갈아 닭 육수에 풀어내 크림수프 수준의 걸쭉한 점도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푹 고아낸 영계는 가슴살까지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안에는 찹쌀밥, 인삼, 대추, 밤이 채워져 있다. 한약재의 쓴맛을 지우고 고소함을 극대화한 육수가 핵심 경쟁력이다. 통오이, 청양고추와 함께 제공되는 고추장은 감칠맛이 강해 별도 상품으로도 판매된다.

토속촌삼계탕

토속촌삼계탕의 토속촌삼계탕.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종로 서촌의 한옥 건물을 지켜온 토속촌삼계탕은 1983년 개업 이후 40여년간 같은 자리를 지킨 곳이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방한 중 방문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대표 메뉴는 직영농장에서 공급받는 토종닭을 기본으로 한다. 4년근 인삼을 비롯해 율무, 들깨, 호박씨, 잣, 검정깨 등 11가지 곡류와 한방 재료를 조합해 우려낸 국물은 묵직한 밀도감을 준다. 고온에서 부드럽게 익혀낸 닭고기의 식감이 강점이다. 기본 삼계탕 외에 오골계삼계탕, 옻계탕 등이 있다. 인삼을 선호하지 않는 고객을 위한 전기구이통닭도 있다. 식사 전에는 인삼주 1잔이 기본 제공된다.

포도원삼계탕(신림점)

포도원삼계탕의 흑임자삼계탕.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 자리한 포도원삼계탕은 신선한 국산 영계를 베이스로 12가지 곡류 가루와 들깻가루를 황금 배율로 배합해 구수한 맛을 극대화한 곳이다.


검은색 국물의 비주얼이 특색 있는 '흑임자 삼계탕'은 검은깨의 고소하고 풍부한 맛이 닭 육수와 어우러져 마니아층이 두텁다. 투명하고 깔끔하게 끓여낸 '맑은 삼계탕'은 담백한 닭 육수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닭 안에는 밤, 대추, 인삼, 찹쌀이 푸짐하게 들어가 한 그릇만으로 든든하다.

3대삼계장인

3대삼계장인의 잣삼계탕.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 자리한 3대삼계장인은 1973년 서초시장에서 출발해 3대째(2018년 승계) 맥을 잇고 있는 노포다.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은 닭을 1시간 30분 가까이 시루에 쪄낸 후 잣·녹두·쑥 육수를 따로 더한다. 닭 부위별 식감을 쫄깃하게 살리면서도 국물의 깔끔함을 유지한다. 대표 메뉴인 '잣삼계탕'은 산삼배양근을 닭 위에 얹어 낸다. 국물은 점도 있는 잣죽에 가까운 농도로, 묵직하지도 묽지도 않은 균형을 이룬다. 그밖에 '녹두삼계탕'과 '쑥 삼계탕' 등 특색있는 삼계탕을 선보이고 있다. 수비드 토종닭을 활용한 닭볶음탕도 인기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