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증시 호황으로 은행권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거래가 급증한 가운데 단기 투자자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선취수수료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ETF 신탁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의' 단계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고 30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NH농협은행 등 6개 은행의 ETF 신탁 판매액은 64조원으로, 거래 건수는 103만건에 달했다.

올해 5월 판매액은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1조2000억원보다 8.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들이 벌어들인 ETF 신탁 수수료 수익은 5864억원이었다. 올해 5월 수수료 수익만 1036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0.2배 늘었다.

금감원이 ETF 신탁 거래를 분석한 결과 투자자의 평균 보유기간은 42일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 이후 동일인이 가입한 계약은 평균 5.5회였으며, 전체 계약의 94.6%가 가입 후 6개월 안에 매도됐다. 10일 이내 해지한 초단기 계약도 37.9%를 차지했다.


하지만 6개월 이내 해지한 계약 가운데 단기 투자에 불리한 선취수수료를 선택한 비중은 91.7%에 달했다. 선취수수료는 가입 시 투자금의 1% 안팎을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다. 후취수수료는 해지 시점에 연 1% 안팎의 수수료를 보유기간에 따라 일할 계산하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짧을수록 유리하다.

10일 이내 해지한 계약의 선취수수료 선택 비중은 98%였으며, 1개월 이내와 3개월 이내 계약도 각각 96.4%, 93.8%가 선취수수료를 적용받았다.

금감원이 투자기간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한 수수료를 적용해 재산정한 결과 은행들이 받아야 할 적정 신탁수수료는 545억원이었다. 실제 수취한 수수료는 3948억원으로 적정 수수료의 7.2배에 달했다. 차액은 3403억원이다.

같은 기간 ETF 신탁 고객이 거둔 매각차익은 2조9100억원이었다. 은행 수수료는 고객 매각차익의 13.6% 수준이었다.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손실은 고객이 부담하지만, 은행은 반복 매매와 선취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실제 한 70대 투자자는 1억원으로 ETF를 13차례 거래하면서 선취수수료 1704만원을 냈다. 후취수수료를 선택했다면 수수료는 56만원으로 줄고, 투자 결과도 1억7900만원에서 2억300만원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됐다. 수수료 절감과 복리 효과를 합친 차이는 2421만원이었다.

고령 투자자의 ETF 신탁 거래도 늘었다. 올해 5월 전체 ETF 매수자 중 65세 이상 비중은 31.7%로 지난해 12월 28.3%보다 높아졌다.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고객의 가입 건수도 같은 기간 657건에서 1426건으로 2.2배 증가했다.

금감원은 단기 투자가 예상되는 고객은 후취수수료를 선택하고 목표수익률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행 ETF 신탁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달리 실시간 매매가 어렵고, 은행에서 가입하더라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은행권 및 관련 협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선·후취수수료와 중도해지수수료 등 신탁 수수료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이다. 고객 투자수익률이 은행 내부 성과평가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핵심성과지표(KPI)와 영업점 판매 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수준・연령대 등 고객군별 투자목적・기간에 부합하는 전사적 차원의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일선 영업점에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판매절차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