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국방부 등으로부터 부처 업무를 받은 이후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골자로 한 국군사관학교 설치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육사 출신 인사들이 1961년 5·16 군사정변, 1979년 12·12 군사반란, 2024년 12·3 비상계엄 등에 가담한 것을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의 근거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국방부로부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 관련 논의 도중 "쿠데타를 무려 3번이나 했던 중심이 육사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라며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이고 육사 출신들이 한 일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며 "앞으로 또 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고위 장성 중에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나"라며 "위로 올라갈수록 육사에서 거의 다 독점하고 있지 않나. 헌정 질서를 통째로 파괴하는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여전히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별로 따로 떼어서 군을 육성하고 아주 장기간 특정 군종이 군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가끔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절단내고 난 다음 아무런 책임을 안 지면 되겠나"라며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이 민주화됐고 전 세계가 바라보는 선진국이 됐는데 육군 장성들이 동조해 군사 친위 쿠데타를 할 것으로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라며 "앞으로 구조적으로 절대로 못 하게 해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부처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 대통령은 "지난 일이고 진압이 됐다고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면서 "성공했다면 옛날처럼 육군 대위들이 다 감시하지 않았겠나. 언론사들 부사관들이 들어가서 (기사 원고를) 찍찍 그어가며 인터넷 검열을 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책임감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신속하고 강력하게, 빨리 (추진을) 하라"고 지시했다. 안 장관이 "굉장히 힘든 과정을 밟는 중"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세상에 힘들지 않은 개혁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통폐합 추진의 이유로 각군의 합동성 강화뿐만 아니라 ▲구조적 비효율 ▲전쟁 양상 변화에 따른 교육 변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이후 대비를 꼽았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각 군의 전문성 훼손과 인재 쏠림, 군의 단일 카르텔 강화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달 22일 헌정회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3군 사관학교 통폐합으로 단일 카르텔 우려도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해외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3번이나 쿠데타를 겪은 민주시민들이 그걸 허락하겠느냐"고 했다.

육사 총동창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사관학교 통폐합의 진짜 의도가 드러났다"며 "합동성 강화와 스마트 강군 육성은 명분에 불과했고, 과거 역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주한미군 공여지 반환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미군 반환 공여지 반환 협상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내가 보기엔 거의 (미군의) 핑계에 가깝다"고 말했다.

안 장관이 "미군이 소극적"이라는 취지로 답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선불로 주면 안 된다"며 "국가 간 신뢰라고 하는 것 때문에 당연히 믿었겠지만, 원래 좀 안 지켜오지 않았느냐"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 평택에 위치한 미군기지 조성에 약 10조원이 든 점을 거론하며 "그 엄청난 돈을 미군 해외기지를 위해 지원해줬는데 대신 원래 쓰던 부지를 넘겨주기로 한 것 아니냐"라며 반환 지연을 문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