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 원룸 월세와 관리비가 오르고 고용 불안정까지 겹치며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부담 탓에 청년도약계좌 등 정부의 자산형성용 금융상품마저 중도 해지하는 사례도 나온다. 전문가는 주거 지원과 저축 지원이 연계되지 않는 현재의 청년 자산 형성 지원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의 지난달 원룸 시세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평균 월세와 관리비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원룸 평균 월세는 지난해 7월 58만1000원에서 지난달 62만5000원으로 7.7%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평균 관리비는 7만5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10.9% 올랐다. 평균가로 계산하면 월세 약62만원에 관리비 8만원을 합해 약 70만원이 주거비에 쓰이는 것이다.
1인 가구 증가, 수도권 인구 집중 등으로 인해 소형 비아파트 수요는 급증했다. 낮은 수익성과 원가 상승 등으로 공급이 위축돼 월세 비용 상승폭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호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팀장은 지난 1월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를 통해 "청년세대가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비아파트의 수급 불균형으로 월세가 급등하면서 이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높은 주거비는 청년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씨(27)는 200만원 중반대 월급에서 월세와 관리비, 공과금을 포함해 매월 65~70만원을 주거비에 쏟고 있다. 박 씨는 "주거비에서 남는 돈은 생활비로 써야 하는데 그러면 모을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며 "장기적으로 자산 계획도 세우고 저축하고 싶은데 주거비가 너무 많이 나가서 어렵다"고 말했다. 2024년 건축공간연구원의 '수요 기반의 주거생활공간 실태진단 방안 연구'에 응답한 청년 세대의 절반 이상이 이같이 주거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청년 노동시장이 열악해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심화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7월 고용동향'를 보면 2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349만4000명에서 지난달 329만명으로 20만4000명 줄었다. 반면 20대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3만7000명(18.2%), 30대 실업자는 4만2000명(29.4%) 늘었다. 이 팀장은 보고서에서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고 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거비가 상승하는 건 자산 형성을 더욱 축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청년 자산 형성을 돕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청년 금융정책마저 저축 금액이 부담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2024년 청년금융 실태조사'를 보면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자 177명은 '실업 또는 소득 감소'(39%)와 '긴급 자금 필요'(33.3%)를 이유로 중도 해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들은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지출 증가'(51.8%), '전월세 보증금 마련'(7.2%), '주택 및 전세자금 대출 부담'(6.5%)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회장은 "정부의 청년 주거 지원과 저축 지원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주거비 부담이 큰 청년일수록 적금에 납입할 여력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청년들이 주거비 대출 이자를 갚느라 적금 넣을 돈이 없던 상황을 지적하며 "보증금을 마련할 때 공공기금이 대신 부담해 빚을 덜 지게 하고 남는 돈은 적금에 넣게 해서 빚은 줄고 돈은 쌓이게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정부의 청년금융 상품들이 저축을 많이 하는 청년에게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게 하는 구조"라고도 지적했다. 거주비나 생활비 상승으로 저축 여력이 줄어든 청년일수록 지원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저축액이 적을수록 더 높은 지원율을 적용하는 혜택을 제공해 저축 여력이 적은 청년도 중장기적 자산 마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대와의대화] "역대 대통령은 왜 한결같이 실패했나" 김종인 위원장을 만나다](https://i.ytimg.com/vi/q58Lag9U4j4/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