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근 다 찾았어!"
종이 밀짚모자를 쓴 아이들이 종이로 만든 밭 사이를 뛰어다녔다.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당근과 무, 호박 모형을 집어 담았다. 옆에서는 플라스틱 컵과 빨대 모형을 향해 공을 던지며 '종이채소를 지켜라'는 미션을 수행하느라 분주했다. 게임처럼 꾸며진 공간이었는데 아이들이 배우는 주제는 친환경 종이와 펄프였다.
무림그룹이 오는 26일까지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1층에서 체험형 전시 행사 '페이퍼가든'을 운영한다. 2022년 시작해 올해로 5회째를 맞은 '페이퍼어드벤처'의 올해 주제는 '좋은 종이를 키우는 농장'이다. 제지업계 대표 소비자 체험 행사로 자리 잡은 이 행사는 종이와 펄프의 친환경 가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일 오후 찾은 행사장은 거대한 종이 농장으로 꾸며졌다. 방문객들은 입구에 마련된 '종이농부 진단소'에서 인공지능(AI) 얼굴 인식 테스트를 거쳐 자신만의 반려채소를 배정받는다. 선택되는 채소는 당근과 무, 호박 세 종류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각각 저탄소 종이, 생분해 종이, 재활용 종이를 상징한다.
당근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인 저탄소 종이, 무는 사용 후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분해 종이, 호박은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재활용 종이를 의미한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친환경 소재 개념을 채소라는 친숙한 소재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띄었다.

본격적인 체험은 스탬프 투어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플라스틱 컵과 빨대, 비닐 등 일회용품 모형을 향해 공을 던지며 '종이채소 지키기' 미션을 수행한 뒤 채소 수확에 나선다. 제한시간 30초 안에 종이밭을 오가며 당근과 무, 호박을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행사에 사용된 채소 모형 역시 무림의 저탄소 종이로 제작됐다.
체험의 마지막 단계는 '생분해 시스템'이다. 참가자는 입장할 때 받은 종이 티켓 일부를 투입하고 화면을 통해 종이가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확인한다. 단순히 친환경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과 사용, 재활용과 생분해까지 이어지는 소재의 순환 과정을 체험 동선에 녹여냈다.
행사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왔는데 게임 퀘스트를 깨는 느낌이어서 끝까지 집중하며 즐겼다"며 "자연스럽게 환경과 종이에 대해 배울 수 있어 교육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무림의 친환경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에코스토어 '무해상점'이 마련됐다. 올해는 천연펄프 필터 샤워기와 종이물티슈를 처음 공개했다. 화장품 포장재와 마스크팩 패키지, 칫솔, 볼펜 등 펄프를 활용한 생활용품도 함께 전시됐다. 저탄소 종이로 만든 채소 모양 메모지 등 일부 제품은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판매 매장이 아니다. 펄프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무림의 실험장이다. 무림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를 생산하는 무림P&P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펄프 생산부터 종이 제조까지 가능한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기존 인쇄용지와 포장재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생활소재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최근 종이업계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와 친환경 소비 확산에 맞춰 소재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림은 종이 제조기업을 넘어 펄프 기반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페이퍼어드벤처는 이러한 방향성을 소비자에게 직접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지업계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대부분 기업 간 거래(B2B) 중심 사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림이 매년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에서 행사를 이어가는 것은 소비자 접점을 꾸준히 넓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2022년 첫 행사를 시작한 이후 고양과 하남, 수원 등으로 개최지를 확대하며 올해 5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방문객은 15만명이다.
무림 관계자는 "제지산업은 완성품보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산업 특성상 소비자가 기업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종이와 펄프가 인쇄용지뿐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 제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이퍼가든은 어린이들에게는 놀이 공간이고 무림에는 미래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이다. 종이를 수확하는 체험 뒤에는 펄프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전시를 넘어 종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은 농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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