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3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 인근 방파제에서 지난 5월 실종신고가 최초 접수된 장미란(37)씨를 찾기 위해 집중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스 1



일선 경찰이 사건을 고의로 덮거나, 금품·향응을 받고 피의자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초기 사건을 뭉개는 이른바 암장(暗葬)과 부실 수사 행태를 보면 이러고도 민생 치안 최일선을 자처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10월 2일)을 앞둔 상황이어서 경찰의 수사권 독점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에서 발생한 연쇄 부실 수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남성이 51일 만에 숨진 채 22일 발견됐다. 이 사건 역시 장미란(37)씨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해 파문을 일으킨 담당 경찰관이 유족을 속이고 자체 종결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A 경장은 지난달 2일 실종 신고 접수 당시 가족들에게 "B씨가 무사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아 소재를 알려주기 어렵다"고 거짓말을 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장의 이같은 비위는 최근 언론을 통해 '장씨 장기 실종 보도'를 접한 B씨 가족이 경찰에 재신고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이에 앞서 장씨는 지난 5월 13일 새벽 제주시 한림읍의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는데, 당시에도 야간 근무자였던 A경장은 "신고 대상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상사에게 보고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장씨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지난 7월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장씨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경찰이 곧바로 수색에 나섰더라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

여전한 수사 무마 비위도 경찰 기강이 얼마나 엉망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울에선 강남경찰서 수사관이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둔갑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유명 필라테스 강사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에서 강사 남편의 청탁을 받고 사건을 무마했고, 후배 경찰관을 종용해 불송치를 이끌었다. 앞서 장윤기 사건에서는 경찰 간부였던 아버지가 수사 정보를 빼내 주요 증거를 인멸했다.

파장이 커지자 한성숙 국무총리는 23일 장씨 실종 사건에서 비롯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에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으나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경찰관 한두 명의 일탈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경찰의 허술한 근무 행태와 부실한 실종 사건 처리 시스템 등 수사 구조 전반의 결함을 뜯어고쳐야 한다. 경찰은 고의적 사건 뭉개기를 원천 차단할 실효성 있는 암장 방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도 암장 범죄를 엄단할 수 있도록 처벌 강화 법제화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