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님은 왜 유튜브 안 하세요?" 자주 받는 질문이다. 내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이 있기는 하다. 수업 자료를 올리는 용도로만 쓴다. 유튜브, 소셜 미디어, 블로그 중에서 내가 열심히 쓰는 매체는 거의 없다. 그나마 페이스북 정도다.
우리가 이런 매체를 쓰는 이유는 대략 넷이다. 생각과 성과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다.
유튜브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교수들을 보면 혼자 하는 경우는 없다. 주제 선정부터 대본, 촬영, 편집, 댓글 관리까지 업체가 맡는다. 교수는 출연자이자 진행자다. 나도 그렇게 해보자는 제안을 몇 번 받았지만, 고민 끝에 접었다. 작가와 편집자가 붙어도 일주일에 한두 편을 만들려면 내 시간이 적잖이 들어간다. 더 걸렸던 건 따로 있다. 시의성과 조회수를 좇다 보면 언젠가 내 전문성과 철학을 넘어서는 콘텐츠에 손을 대게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었다. 결국 내가 택한 매체는, 고전적이지만 책이다. 한 해 한두 권의 책을 내는 것. 점점 책을 안 읽는 시대에 이게 맞는 길인지 여전히 고민이긴 하다.
그런데 이 고민이 나만의 것은 아니다. 조직의 이름을 떼고 자기 생각을 세상에 내보내야 하는 순간은 직업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온다. 조직 안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도, 다음 행보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게다가 두 번째 지능 덕분에 누구나 글과 영상을 쏟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무엇으로 어떻게 소통할지 정하는 일은 오히려 무거워진다.
그때 우리는 대개 이렇게 묻는다. 요즘 어디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가? 사람이 몰린 곳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그런데 순서가 바뀐 질문으로 보인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쪽이다. 나는 무엇을, 어떤 깊이로, 얼마나 오래 나누고 싶은가?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반세기도 전에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썼다. 무엇을 말하느냐 못지않게, 무엇에 담아 말하느냐가 내용을 규정한다는 뜻이다. 인지과학자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매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생각을 빚는 틀이다. 일주일 단위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은 일주일 단위로 생각하게 되고, 일 년 호흡으로 책을 쓰는 사람은 일 년 호흡으로 생각하게 된다. 일주일은 나쁘고 일 년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마감의 리듬이 사고의 리듬이 된다. 독자만 바뀌는 게 아니다. 쓰는 사람이 바뀐다.
받아들이는 쪽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칼럼니스트 이나다 도요시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세대를 관찰하며, 감상이 아니라 소비라는 표현을 썼다. 줄거리를 파악하는 시청과 작품에 잠기는 감상은 다른 종류의 경험이다. 짧고 빠른 콘텐츠에 길들수록 우리의 주의는 짧고 빠른 리듬에 맞춰진다. 매체는 만드는 사람의 사고만 빚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사고까지 빚는다.
그렇다고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나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공들여서 자주 쓰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소셜 미디어는 빠르다. 오늘 떠오른 생각이 오늘 독자에게 닿고, 댓글로 정서적 교감이 오간다. 대신 조금은 즉흥적이고, 금세 묻힌다. 어제 올린 글을 다시 찾아 읽는 사람은 드물다. 그 빠름이 장점이고, 그 빠름이 단점이다.
내가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반대편에 있다. 빨리 감기가 안 되고, 띄엄띄엄 보기 어려운 매체. 읽는 사람도 쓰는 나도 좀 더 오래 붙잡아두는 매체는 여전히 책 같아서이다.
흔히 브랜드를 노출의 총량으로 여긴다. 나는 다르게 본다. 브랜드는 한순간의 화제가 아니라, 오래 반복된 리듬이 상대의 마음에 남긴 무늬다. 무엇을, 얼마나 자주, 어떤 깊이로 내보내는지, 그 반복이 쌓여 당신이라는 인상이 된다.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으로,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 왜 거기서, 왜 그렇게 소통하고 있는가? 당신은 어떤 사고를 빚어내고 싶은가? 어디에 사람이 많은지보다, 어떤 리듬으로 생각하며 살고 싶은지를 먼저 답해보길 바란다. 결국 그 선택이 당신으로 남는다. 그게 당신의 브랜드가 된다.
김상균 경희대 교수는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사고와 경험, 그리고 기술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최근엔 AI 확산과 인간의 확장된 미래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저술활동 외에도 강연과 유튜브 등을 통해 기술 변화를 쉽게 풀어내며 대중적으로 폭넓은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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