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역 1호선 시청역 방면 승강장 앞에서 '제73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출근길 지하철 휠체어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한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전장연과 합의를 이뤄서다. 향후 예산 확보 등의 절차가 변수로 남았다는 평가다.

24일 전장연 등에 따르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제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춘다"고 말했다. 전장연이 2021년 12월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처음 시작한 지 약 4년9개월 만이다. 전장연은 이 기간 총 73차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



전장연의 시위 중단은 서울시의회 민주당의 '서울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및 '서울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 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 통과 약속에서 비롯됐다. 두 조례안은 장애인 이동권을 시혜나 편의가 아닌 권리로 보장하고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전장연이 그동안 요구해 온 이동권과 노동권을 일부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전장연은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오는 25일 제339회 서울시의회(임시회)에서 (이동권 및 노동권 관련 조례안을) 1·2호 당론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최종 결정했다"며 "정치적 책임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전장연과의 협상에 타결한 것은 6·3 지방선거 이후 달라진 의석 구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제12대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은 전체 118석 가운데 80석(68%)을 차지했다. 제11대 시의회에서 36석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44석 늘었다.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76석에서 38석으로 축소됐다.

박유진 서울시의회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제12대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시장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숫자를 확보했다"며 "과거부터 전장연 측과 협의 내용을 논의해 왔고 의석수를 바탕으로 이번에 이동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통과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이 이어지려면 예산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 이번 조례안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애인 삶의 질과 직결되는 제도를 신설하고 지원을 확대하려면 별도의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전장연이 "정치와 행정이 예산으로 답을 해야할 때"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는 추가 예산 확보에 신중한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정부 예산은 집회나 시위의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장연 대표단이 기획예산처를 찾아 장애인 정책·예산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며 "개별 정책과 예산은 필요성과 효과, 법과 제도, 재정 원칙에 따라 책임 있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 정책수석부대표는 "조례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상임위원회 및 시 집행부와 하나하나 맞춰나가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 지원) 예산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