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N% 성과급 논쟁이 개정 상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노조와 주주가 기업의 이익을 두고 맞서는 새로운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사진은 AI로 생성한 그래픽. /사진=챗gpt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쟁이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기업의 자본 배분 문제로 번지고 있다. 개정 상법 시행과 맞물려 주주가치 제고 압력이 커지면서 노조와 주주가 기업의 이익을 두고 맞서는 구도가 새로 만들어졌다. 기업들은 임직원 보상과 주주환원, 미래 투자 사이에서 한정된 재원을 배분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7월22일 시행된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다.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무도 함께 명시됐다. 이에 따라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성과급이나 투자 등에 활용할 때 주주가치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떠올랐다. 노사 간 임금 협상에 머물던 성과급 문제가 주주의 이해관계와 맞물리게 된 배경이다.



반도체·철강·IT 등 산업계 전반으로 번진 'N% 성과급'의 논리는 같다. 노조는 성과급이 노동의 대가인 만큼 영업이익이나 순이익과 연동해 근로자의 몫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주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통해 임직원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실적의 과실을 나눠야 한다고 맞선다.

이 같은 갈등은 올해 기업들의 임금 협상에서 본격화했다. 카카오 노조는 연봉 인상률 6.9%와 함께 영업이익의 13~14%를 재원으로 하는 1인당 약 1000만원의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을 요구하며 지난 6월 10일 창사 이래 첫 부분 파업에 나섰다. 카카오 노사는 지난 7일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대신 연봉총액 인상률 재원 기준 6.3%와 일회성 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올해 임금협약을 최종 타결했다. 성과급 구조는 오는 10월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포스코에서는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조의 불만이 지주사로 향했다. 포스코 노조는 회사가 경영 위기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포스코홀딩스에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임대료 등으로 수천억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룹 수익의 상당 부분을 철강 사업이 책임지고 있지만 정작 그 성과는 현장 직원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10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과 연대노조 조합원들이 파업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정하면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사후에 나누는 성격을 띠게 된다. 실적이 늘수록 성과급 규모도 커져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쓸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 수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은 회사가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취득일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했다. 임직원 보상 등 법에 정한 사유가 있으면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보유할 수 있다. 주주환원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와 주주 간 이해 충돌도 커지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기업이 이익을 배분할 때 주된 권리를 가진 것은 투자자와 주주였고 이를 더욱 강화하자는 것이 개정 상법의 취지"라며 "영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 체계는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사후 배분한다는 점에서 주주환원과 직접적인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정된 자본을 임직원 보상과 주주환원,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등에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경영 판단의 근거도 충분히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주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영업이익에 연동한 과도한 성과급을 장기적으로 약속할 경우 주주가치 훼손 논란은 물론 이사의 책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

경영계와 일부 노동법학자는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이 기업 이익 규모에 연동되는 성과급을 근로의 대가가 아닌 경영성과의 사후 배분으로 판단한 것이 근거다. 노조 측은 성과급이 사실상 임금의 일부로 기능해 왔고 지급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왔다.

박 교수는 "기업과 노조가 내부적으로 성과급 지급 기준과 방식 등을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지만 이를 의무적인 교섭 사항으로 포함하고 파업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노사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성과급 기준은 노사가 내부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