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불붙은 '실적 N%' 성과급 경쟁이 자동차와 철강 등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올해 주요 사업장 임금·단체협상의 무게중심이 기본급 인상에서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임직원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로 이동하면서다. 업황과 수익 구조가 다른 업종에서도 비슷한 성과급 기준이 등장하면서 노사 간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21일 8시간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가 하루 8시간 전면파업을 벌인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노사는 24일 울산공장에서 교섭을 재개해 25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경영성과금 400%+1270만원, 주식 15주 지급 등이 담겼으며 노조는 오는 31일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 1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뒤 부분파업 준비에 착수했다.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1968년 창사 이후 58년 만의 첫 파업이다.
세부 쟁점은 다르지만 올해 산업계 임단협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성과배분'이다. 과거 교섭이 기본급 인상 폭과 일시금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했다면 최근에는 회사 실적에 연동해 성과급 재원을 미리 정하자는 요구가 전면에 등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명확한 산식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업황과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성과급 결정의 유연성을 남겨둬야 한다고 맞선다.
성과급 논쟁은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한도를 없애는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서도 이 틀을 유지하되 PS의 40%는 현금, 60%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손질했다. 하지만 이 안은 25일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 50.08%로 부결되면서 노사가 재협상에 나서게 됐다.
삼성전자에서도 성과급 산식은 올해 교섭의 최대 쟁점이었다. 노조는 연봉의 50%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를 요구했다. 노사는 반도체(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특별경영성과급에는 지급률 상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기존 OPI 역시 경제적부가가치(EVA) 대신 사업성과를 기준으로 재원을 정하도록 바뀌었다. 특별경영성과급과 OPI를 합친 재원은 경영 성과의 11.5~12% 수준이다. 다만 2026~2028년에는 연간 DS 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2029~2035년에는 100조원을 달성해야 특별경영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재원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산식 개편은 그룹 내부로도 번졌다. 삼성전기는 지난 7월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의 10%로 변경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체계를 개편한 뒤 나온 첫 계열사 사례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등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지난해 순이익 10조3648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3조1094억원에 달한다. 기아 노조 역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보상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거세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지급 등을 요구했다. 반도체와 달리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철강업에서도 보상 확대 요구가 이어지면서 노사 간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N%' 방식이 확산하면서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지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재원을 정하는 반면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았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적용 지표가 갈린 셈이다. 영업이익은 본업에서 번 돈을 보여주는 반면 순이익에는 금융손익과 세금 등이 반영돼 기준에 따라 지급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성과급 지급 방식에도 주식 활용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DS 특별경영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PS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교섭 과정에서 각각 자사주 15주와 45주를 보상안에 포함했다.
업종별 경영 환경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AI 반도체 호황을 탄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자동차업계는 관세 부담과 수요 둔화에 직면했고 철강업계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업황은 제각각이지만 실적에 연동해 보상을 확대하려는 요구는 확산하는 것이다.
성과급 산식이 단체협약 등에 장기간 고정될 경우 경영 여건이 악화됐을 때 비용 구조를 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노조는 산식을 명확히 정해야 호황기에 회사가 벌어들인 성과를 제대로 배분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임금을 얼마나 올릴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회사가 번 돈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가 노사협상의 중심이 됐다"며 "성과배분 원칙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주요 사업장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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